지난 12일(현지시간) 상장한 미국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 공모 청약에서 국내 전문투자자들이 단 한 주도 배정받지 못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투자설명서에 인수단(Underwriter)에 이름을 올리고도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채 5억달러(약 7600억원)에 이르는 청약증거금을 전액 환불했다. 미국 현지 조달구조(트렌치)로 투자한 미래에셋증권은 수천억원대 청약에 성공한 반면 국내 투자는 실패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이번 딜을 주관한 골드만삭스와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대표주관사 골드만삭스로부터 전일 새벽 스페이스X 상장 물량을 최종적으로 배정받지 못했다고 통보받았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자에게 청약증거금을 100% 환불했다.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 청약에 이어 사모로 진행한 청약에서도 실패한 것이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IB 20여곳과 함께 스페이스X 공동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미래에셋증권이 확보한 한국 투자자 배정 물량은 보통주 231만4815주(전체 물량의 0.4%)에 달했다. 청약 규모는 주당 135달러 기준 총 3억1250만달러. 이번 청약은 상장 당일 주가 폭등이 확실시됐기 때문에 판매 1~2분 만에 완판되는 등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상장 전 장외시장에서 주당 160~170달러에 거래됐다. 나스닥 상장 첫날 스페이스X는 공모가 대비 19.22% 오른 160.9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최고치는 176.52달러로 30% 넘게 치솟았다.
투자자들은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IB(투자은행)의 협상력 한계에 대한 지적과 함께 글로벌 대표주관사 골드만삭스의 일방적인 통보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청약을 위해 증거금을 납입한 투자자들은 그사이 환율이 약 19원 내렸기 때문에 계좌상 환차손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생명과 함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에 투자하기 위해 설계한 펀드의 LP(기관투자자)로 참여해 수천억원대 물량을 배정받았다. 미래에셋 측은 이번 공모 실패는 국내 트렌치로 배정받는 것으로 현지 트렌치로 자기자본투자(PI)한 것과는 별개의 건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SEC 공시자료(S-1 및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미래에셋증권의 인수 수량은 인수단 참여에 따른 인수 비율을 의미하고 실제 투자자에게 판매 가능한 최종 물량 배정(Allocation)과는 구분된다"며 "실제 배정받는 물량은 대표주관사의 최종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상장 조달액만 750억달러로 역대 최대 기업공개(IPO)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은 스페이스X의 국내 공모 청약이 최종적으로 무산되면서 금융당국이 사태 파악에 나선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공모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것과 관련해 배경, 이유, 과정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자금을 5억달러 규모로 모집했지만 한주도 받지 못한 것과 관련해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며 "만약 미래에셋증권이 소송을 진행할 경우 그 과정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당초 보통주 5억5555만5555주 중 231만4815주를 미래에셋증권에 배정하기로 했지만,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최종적으로 미래에셋증권 등에 판매 가능한 물량을 배정하지 않았다. 나스닥 상장 직후 기관 수요가 폭증하자 물량을 재배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증권거래소(SEC) 공시에서 인수단에 참여했다는 내용은 인수 비율에 따라 배정받을 가능성이 있는 총 수량일 뿐이고 최종적인 배정은 대표주관사의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이 소송에 나설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미국에선 공모주 배정과 관련해 주관사의 재량이 센 편이다. 주관사가 어디에 물량을 더 줄지, 덜 줄지 등을 판단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대상으로 소송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물량 배정 실패와 관련해 투자자의 민원도 제기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민원과 관련해선 법적 분쟁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반 투자자가 아닌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았고, 물량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사전에 안내됐기 때문에 실제 보상까지 이어지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투자위험을 스스로 인지하고 책임질 수 있다고 인식되는 전문투자자들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설명의무 등 투자자 보호 조치를 상당 부분 축소 적용하고 있다.
지난 5일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을 대상으로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 판매와 관련해 일부 사안을 점검한 바 있다.
핵심 점검 대상은 투자자 보호 관련 규정 준수 여부다. 투자자가 투자 관련 불확실성, 특히 환율 변동성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도록 안내 절차를 준수했는지 등을 살펴본 것으로 파악된다. 금감원은 또 청약 대상이 개인 및 법인 전문투자자라는 점에서 제도적 허점으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들여다봤다.
스페이스X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스페이스X의 시가총액은 종가(160.95달러) 기준 2조1046억달러로 약 3198조원에 이른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 시총(1885조) 대비 1.7배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이 국내에서 추진한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공모주 사모 청약이 무산되면서 스페이스X 공모주를 배정받아 ETF(상장지수펀드)와 펀드에 분배하려 했던 자산운용사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전날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당초 계획대로 스페이스X IPO 청약을 통해 확보한 주식을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에 분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스페이스X 공모주 사모 청약을 진행한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상장 물량을 최종적으로 배정받지 못하면서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주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스페이스X IPO 참여와 상장 첫날 장내에서 매수한 주식을 활용해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내 스페이스X 비중을 최대 25%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식 상장 첫날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IPO 청약에 참여해 이같은 효과를 누리고, ETF 성과를 차별화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결국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스페이스X 상장 당일 장 중 스페이스X 주식을 매수해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에 편입했다. 투자 형평성을 위해 구체적인 편입 비중은 오는 15일 국내 증시 개장 전 PDF(자산구성내역)를 통해 공개된다.
한투신탁운용 측은 "미국 IPO 시장의 특수성과 가변성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라면서도 "스페이스X 공모주 편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매우 컸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물량 미배정 소식을 전하게 돼 매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동안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를 비롯해 지난 3월 이후 출시된 미국우주 ETF들은 스페이스X 편입 계획을 밝히며 인기몰이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1개월간 편입 계획을 밝힌 ETF 4종에 몰린 개인 투자자 순매수액은 1조8874억원에 달한다. 이 중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ETF는 순매수액 1조5313억원을 기록한 'TIGER 미국우주테크'다. 이후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1786억원) △'KODEX 미국우주항공'(1265억원) △'SOL 미국우주항공TOP10'(510억원)순이다.
다만 TIGER 미국우주테크, KODEX 미국우주항공, SOL 미국우주항공TOP10 등 다른 미국 우주 ETF들은 예정대로 스페이스X 편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ETF들은 패시브 ETF로 처음부터 IPO 청약에 참여할 수 없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유권해석 과정에서 패시브 ETF의 스페이스X IPO 참여는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ETF들은 당초 계획대로 수시 편입 등 특례를 활용해 스페이스X 상장 후 2영업일 내에 주식을 최대 25%까지 편입할 예정이다. 원래 패시브 ETF는 정기 리밸런싱(재조정) 기간에만 종목 편·출입이 가능하지만, 해당 ETF들은 상품 설계 때부터 수시 편입 등 특례를 만들어 스페이스X 상장 이후 이를 바로 편입할 수 있게 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스페이스X 주식을 편입해 오는 16일 'KIWOOM 미국우주데이터센터인프라' ETF를 출시할 계획이다.
'세기의 상장'을 예고했던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서 기업가치는 단숨에 2조달러를 돌파했고 머스크는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로 등극했다.
12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상장한 스페이스X는 공모가 135달러 대비 19.22% 급등한 160.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30% 넘게 올라 176.52달러까지 치솟았다. 거래량은 800억달러를 넘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조1000억달러로 테슬라, 브로드컴을 제쳤다. 엔비디아와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에 이어 6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머스크는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 타이틀을 달게 됐다. 머스크의 총자산 규모는 1조1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이스X의 지분이 머스크 순자산의 약 70%를 차지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스위스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라고 했다. 세계 2위 부자인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 재산보다 3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CNBC는 머스크의 재산이 세계에서 머스크 다음으로 부유한 억만장자 5명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자산 규모는 대만, 아일랜드, 스웨덴 GDP보다 더 큰 규모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일찍이 사상 최대 IPO를 예상했다. 커브 투자 매니지먼트를 설립한 하워드 챈 최고경영자(CEO)는 CNN에 "초기 수요를 감안하면 예상됐던 결과"라고 했다.
이날 스페이스X의 성공적인 증시 입성으로 미국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79.18포인트(0.31%) 상승한 2만5888.84에, S&P500지수는 37.16포인트(0.50%) 오른 7431.46에 각각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53.51포인트(0.70%) 오른 5만1202.26에 거래를 마쳤다.
머스크는 이날 텍사스 스타베이스에서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와 이원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한 상장 기념 행사에서 "창업 당시 스페이스X의 성공 가능성을 10%도 안 될 것으로 봤지만 이제는 누구나 달과 화성에 갈 수 있는 시대를 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창고에서 시작한 회사가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를 하게 된 건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스페이스X의 목표는 공상과학 소설 속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든 달과 화성, 그리고 태양계 어디든 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 주가가 계속해서 상승할지와 관련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블룸버그통신은 "대규모 IPO가 향후 주가 상승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면서 "AI(인공지능) 분야를 장악하고 사람을 달과 화성에 보내겠다는 스페이스X의 목표와 머스크 개인이 장악한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지속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스페이스X의 증시 입성은 올해 하반기 상장이 예상되는 AI 기업 오픈AI와 앤트로픽에 대한 투자자 수요를 가늠하게 해주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가의 뜨거운 반응은 오픈AI와 앤트로픽이 IPO를 준비하는 데 좋은 발판을 마련해줬다"고 봤다.
글로벌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기록한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으로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IB)들도 역대급 '수수료 잭팟'을 터뜨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스페이스X의 IPO 계약을 주도한 공동 주간사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가 각각 약 1억달러(약 1520억원)에 달하는 인수 수수료를 챙기게 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가 이번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총 750억달러에 이른다. 스페이스X는 월가 은행들과의 협상을 통해 전체 공모 금액의 약 0.7%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크게 낮췄다. 통상적인 미국 IPO 수수료율(3~7%)에 비하면 파격적으로 낮은 우대 요율이다.
하지만 판돈이 워낙 큰 '메가 딜'이었던 덕에 저율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총 5억달러 규모의 막대한 수수료가 나왔고 전체 상장 절차를 총괄한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가 각각 1억달러씩을 가져가며 최대 수혜자가 됐다. 나머지 3억달러는 인수단에 참여한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등을 포함한 20여개 금융사에 배분될 예정이다.
WSJ는 단일 상장 건으로 은행 한 곳이 1억달러 이상의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2012년 페이스북, 2019년 우버 IPO 당시에도 수수료율이 각각 1.1%, 1.3%에 그치면서 가장 많은 수수료를 챙긴 모간스탠리조차 각각 6800만달러, 4000만달러를 받는 데 만족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스페이스X가 수수료율을 철저히 통제했지만 자금 조달 규모 자체가 워낙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주간사 은행들에 기록적인 보상이 돌아갔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스페이스X는 공모가 135달러를 훌쩍 넘어 장중 한때 176달러를 돌파하면서 시가총액 2조달러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