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드러누워서라도"…금감원장의 자기반성

김근희 기자
2026.06.26 05:30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후회합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나오게 된 것을 반성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환율 대책의 일환으로 서학개미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했으나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컸다고 시인한 셈이다.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자기반성에 나선 것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순자산 규모는 상장 이후 한 달 만에 14조원을 넘어섰다. 개인투자자 비중은 92%로 압도적이다. 거래대금은 약 140조원으로, 전체 ETF 거래대금의 23%를 차지한다.

이에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쏠림은 강해졌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반도체 소부장 ETF, 반도체 레버리지 ETF, 타업종 ETF 등에서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증시 변동성을 나타내는 V-KOSPI(코스피200변동성지수) 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 평균 80.43을 기록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하루 평균 매매회전율은 한때 200%까지 치솟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단타도 늘어났다.

상품 자체의 문제도 발생했다. 동시호가 시간대인 장 마감 시간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매매하는 물량이 대규모로 몰리면서 괴리율이 크게 벌어졌다. 이에 SK하이닉스 가격은 상승하는데, 레버리지 ETF 가격은 급락하는 등 기초자산과 ETF 가격이 반대로 가는 일이 반복됐다.

금융투자업계는 예견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추진 소식이 나왔을 때부터 업계에서는 서학개미 복귀 등의 효과는 미미하고,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분산투자라는 ETF 본질과 배치되고, 기존에 홍콩시장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 들어간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 규모가 수백억원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장의 반성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반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미 유행처럼 번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열풍을 멈추기 쉽지 않아서다.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김근희 기자 /사진=김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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