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리밸런싱(목표 비중 재조정) 때문에 불거진 국내 증시 악재 우려가 지난 2일 폭락장으로 완화됐다. 당일 평가손실만 40조원으로 증시 상승 탄력에 따른 부담이 완화된 것이다. 자산 배분으로 움직이는 외국인 역시 순매도 행보를 보이고 있어 향후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주에 국내 반도체 종목들이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코스피가 전고점을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됐던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이 지난 1일부터 허용됐다. 다만 리밸런싱 시점과 개시 여부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이 당장 추진될 것이란 우려는 최근 증시 급락으로 일단락됐다. 지난 2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655.32포인트(7.89%) 내린 7648.09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9.06% 하락한 28만6000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는 14.57% 빠진 218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종가는 지난달 11일 이후 처음으로 8000선 아래로 내려온 것으로, 코스피 상승 속도는 지난 5월 중순을 기점으로 둔화한 모습이다.
다행히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440.25포인트(5.76%) 오른 8088.34로 마감하면서 하락분을 일부 회복했다. 다만 종가 기준 9114.55포인트를 기록했던 지난달 22일 대비 저조한 수준이다.
국민연금의 주식 장부상 평가 손실은 지난 2일에만 40조원에 이르렀을 것이란 증권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공단은 삼성전자의 지분 7.77%(4억6013만5840주), SK하이닉스의 지분 7.89%(5743만9774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전일 주가 하락분을 단순 계산하면 삼성전자에서는 13조1139억원, SK하이닉스에서는 21조4250억원 등 각각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수급현황을 살펴보면 연기금 등은 지난 2일 535억원을 순매도하는 데 그쳤다. 리밸런싱이 유예 중인 지난달 19일 순매도량(5275억원) 대비 10분의1 수준으로 급격한 매도에 나서지 않은 모습이다. 이어 3일에는 오히려 557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2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도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최근 공개한 국내주식 기본 한도는 20.8%. 여기에 추가로 증권가에서 추정하는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 6%포인트, 전술적 자산배분(TAA) 허용범위 2%포인트 등을 감안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SAA 허용범위에 대해선 올해 말 재점검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간 주가가 오르면서 국민연금이 21조~57조원의 매도가 필요할 것으로 봤지만 SAA와 TAA 등 허용한도를 모두 사용하게 되면 당장 리밸런싱을 추진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는 이달 실적 발표 모멘텀을 맞는다. 오는 7일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10일에는 SK하이닉스의 미국 ADR(주식예탁증서) 상장이 예정돼 있다. 7월 말에는 테슬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미국 빅테크 업체와 ASML, 인텔, 퀄컴 등 미국 반도체 섹터 종목의 실적 발표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투자심리가 냉각된 만큼 증시 전반에 걸친 주가 변동성으로 매수 혹은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될 수는 있다"면서도 "AI(인공지능) 둔화가 현실화되지 않았고 반도체 포함 코스피 이익 펀더멘털도 훼손되지 않았기 때문에 AI에 대한 투자 과잉으로 해석하면서 불안감을 갖는 것은 과도하다"고 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조정 구조는 오라클, 메타 등의 회사채 발행과 벤더파이낸싱 논쟁이 불거진 지난해 11월과 유사하다"며 "당시 금리 인하 기대는 후퇴했고 지금은 인상 우려가 완화하는 매크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