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국고채 전문딜러(PD) 담합 제재를 두고 금융투자업계가 국가예산 조달 차질과 과징금 산정의 위법성 등을 담은 반대의견을 금융 당국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6일 전해졌다. 업계는 역대 최대인 15조원 규모 과징금 가능성이 제기된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대외신인도 하락 등 자본시장 전반이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공정위의 국고채 PD 제재와 관련해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과 과징금 산정의 위법·부당성 등을 담은 의견을 금융 당국을 통해 전달했다. 하지만 과징금 산정 기준을 포함한 공정위 심사관 측 입장에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금융투자 관련 협단체를 상대로 별도 의견 청취를 진행하지 않고 피심인인 증권사와 은행의 의견을 직접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PD 가운데 교보·대신·메리츠·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키움·한국투자·KB·NH투자증권 등 증권사 10곳과 국민·기업·농협·산업·하나은행 등 은행 5곳이 제재가 추진되는 대상이다.
공정위 심사관은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증권사 10곳과 은행 5곳이 국고채 입찰 담합과 정보교환 담합을 했다고 판단했다. 담합의 영향을 받은 입찰 규모는 약 76조2000억원으로 파악하고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사전의견청취는 오는 11~12일, 전원회의는 26~27일과 내달 1일로 예정돼 있어 제재 수위를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업계는 공정거래법상 금융회사의 관련매출액은 공정위가 적용한 것으로 알려진 국고채 낙찰금액, 즉 계약금액이 아닌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반발에 나섰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의 과징금부과 세부기준상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돼 관련 매출액에 10.5% 이상 20% 기준율을 곱해 적용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적용하면 최대 15조원대 과징금이 나온다. 업계는 공정거래법상 관련매출액을 영업수익으로 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만큼 계약금액을 적용하는 것은 상위 법률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8조원~11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는 계속 입찰규모 대신 입찰에 따른 수익금 기준이 과징금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며 "전원회의를 앞두고도 달라진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이 금융기관의 경우 관련매출액을 영업수익으로 하도록 명시하고 있는데도 하위 규범인 시행령에 따라 계약금액을 적용하는 것은 법률에 반한다"며 "영업수익 산출이 어렵다면 법상 40억원 이하의 정액과징금을 적용해야 하는데 낙찰금액을 관련매출액으로 해석할 법적 근거가 없는 행정편의주의적 조처"라고 주장했다.
이어 "PD는 국고채 인수 후 자체 소유가 아니라 단기간 내 유통시키는 사실상 중개자 역할을 하는데 계약금액을 적용하는 것은 금융업의 본질을 간과한 해석"이라고 했다.
PD가 국고채 유통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야 하는 시장조성 의무를 부담하는 점도 업계가 제시한 부당성의 근거다. PD는 국고채를 인수한 뒤 단기간 안에 유통하면서 손실을 감수하기도 하는데 실제 영업수익이 아닌 낙찰금액 전체를 관련매출액으로 삼으면 실제 이득과 제재 규모 사이의 균형이 무너져 비례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담합 성립 자체에 대한 반박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PD는 자기 입찰 외에도 보험사·연기금 등 수많은 기관을 대행해 입찰에 참여하기 때문에 PD사 상호 간 담합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며 "정보교환도 단순 시장정보 파악에 불과하고, 경제분석 결과 정보교환으로 낙찰금리가 오히려 낮아지는 등 경쟁이 제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재가 국가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담합으로 판단돼 PD 자격이 정지되거나 지정이 취소되면 국고채 발행에 지장이 초래되고 예산집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지난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국고채 발행에 차질이 생기면 한국 금융시장의 대외신인도 하락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향후 전원회의에서 법 위반 여부와 과징금 등 구체적인 제재 수준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전원회의 심리를 지원하는 심결보좌 과정에서는 '영업수익을 관련 매출액'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도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심사보고서 내용이 뒤집힐지는 미지수인 상태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사건은 피심인들이 국고채 구매, 입찰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담합이라 법령상 구매금액, 낙찰금액을 관련매출액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