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으로 역대급 이익을 거둔 증권업계가 사회기여 방안을 고민하면서 관심은 '무엇을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에 쏠린다. 은행권은 이자환급이나 금리 인하, 채무조정 등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직접 덜어주는 방식으로 상생·포용금융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수익구조가 다른 증권사가 이를 그대로 따라 하기는 어렵다. 청년의 자산형성부터 투자자 교육, 벤처·스타트업 자금공급까지 증권업의 본업을 활용한 '자본시장형 상생금융'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자본시장형 상생금융'은 자산관리와 투자중개, 기업금융 등 증권사가 이미 가진 기능을 활용해 투자자와 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히 금융투자교육은 증권업계가 가진 투자·자산관리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고, 사회기여를 확대할 여지가 큰 분야로 꼽힌다.
현재 증권사들이 금융투자교육에 투입하는 기부·출연금은 실적이나 전체 사회공헌 규모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박홍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금융투자교육 관련 기부·출연금은 지난해 2억100만원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엔 2억6900만원으로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지만 절대적인 규모는 여전히 크지 않다. 그만큼 증권업계가 추가적인 지원에 나설 수 있는 영역이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등 이미 공동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업계가 재원과 참여를 확대해 청소년·청년층의 금융투자교육부터 신용거래, 미수거래, 레버리지 상품 등 고위험 투자 위험교육까지 강화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 확산을 비롯해 투자자의 손실 위험을 키울 수 있는 거래가 적지 않은 만큼 단순한 투자지식 전달을 넘어 위험을 제대로 인식시키는 교육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투자교육을 지금보다 의미 있게 제공하는 것은 증권사의 신뢰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며 "빚투를 억제하고 중장기적으로 자산관리 중심으로 유도한다는 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의 양보다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등 일부 고위험 상품에는 사전교육이 요구되지만 교육을 형식적으로 이수하는 데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투자교육 내실화를 위해 투자자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장치도 생각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과 반발도 나올 수 있어 쉽지 않은 문제"라며 "조금 더 어린 연령대부터 금융과 투자에 대한 기본교육을 교양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과 사회초년생의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것도 사회기여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첫 증권계좌를 만드는 청년이나 취업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거래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감면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들이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수수료 혜택을 제공해 온 만큼 이를 사회적 목적에 맞춰 특정 계층에 적용할 수 있다.
기업을 대상으로는 벤처·스타트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활용해 성장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자본시장과 연결해 자금조달을 돕는 것이다. 단순한 기부와 달리 증권업의 기업 발굴과 IB(투자은행) 역량을 활용하면서 생산적 금융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금융당국 역시 증권사에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5월 '금투업권 모험자본 역량강화를 위한 협의체'에서 "그간 증권사의 자기자본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과정에서 그 자본이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했는지 아니면 손쉬운 수익 창출에 활용됐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위험 뒤에 가려진 성장잠재력을 선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증권업의 존재 이유이자 생산적 금융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공동으로 재원을 마련해 공익·상생펀드를 조성하는 방안도 선택지 중 하나다. 펀드 방식은 재원을 일회성으로 소진하는 기부와 달리 장기간 운용하면서 운용 성과를 다시 사회적 목적에 활용하는 구조로 설계할 수 있다. 업계 공동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개별사의 사회공헌을 넘어 증권업 전체의 상생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회기여 방안 논의에는 공감하지만 단순히 증권사들이 돈을 걷어서 얼마를 내놓는 식으로 결론이 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실제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고 증권업 특성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