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둔 증권업계가 사회기여 확대를 모색 중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증권업은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데다 회사별 이익과 자본력 격차도 크다. 호황기에 일회성 재원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업황이 달라져도 이어갈 수 있는 사회기여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증시 변동성에 따른 실적 우려가 업계의 사회기여 공동방안 논의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 증권사는 브로커리지와 투자은행(IB), 트레이딩 등 주요 사업의 수익이 주가와 거래대금, 금리 등 시장 상황에 민감하다. 증권업계에선 상반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형사보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제한적이고 특정 사업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높은 곳이 많아 시장 변동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최근에도 거래대금 감소와 증시 변동성 확대가 중소형사의 하반기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처럼 증권사별 체력 차이는 업계가 사회기여 공동방안을 만드는 데 변수가 될 수 있다. 사회기여 사업에 모든 증권사가 같은 금액을 부담하는 방식이라면 중소형사에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업계가 공동으로 추진한다면 일률적으로 같은 금액을 부담하기보다 각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사회기여 지원 규모 및 분담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향후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증권사별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회사별 순이익이나 자기자본, 사업 규모 등에 따라 부담을 차등화하는 방식을 고안할 수 있다. 다만 순이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변하고 자기자본은 당해 이익을 온전히 반영하지 않는 만큼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삼을지 숙고가 필요하다.
단순히 올해 벌어들인 이익에 비례해 일회성 출연금을 걷는 방식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올해처럼 증시가 좋을 때 사회기여 규모를 크게 늘렸다가 시장이 침체되면 다시 축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기여 규모가 증시 등락에 따라 함께 움직이는 구조로는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번 논의가 일회성 출연을 넘어 일정한 원칙을 가진 업계 공동의 사회기여 체계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연도의 이익만을 기준으로 하기보다 증권사별 부담 능력을 반영하고 업황 변화에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
증권업계의 사회기여가 호황 때만 반짝하는 '나눔'에 그칠지, 업황과 관계없이 지속되는 상시적 역할로 자리 잡을지는 앞으로 만들어질 공동방안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회사별 체력과 증권업의 실적 변동성을 반영해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별 실적과 자본력에 따라 출연 규모를 차등화하고 호황기에 확보한 재원을 여러 해에 걸쳐 사용하는 방식 등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특정 연도의 순이익 대신 최근 수년간의 평균 이익을 출연 기준으로 삼으면 증권업 특유의 실적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 업황이 좋을 때는 출연액을 늘리고 악화할 때는 줄이되 사회기여 사업은 적립된 재원을 활용해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별도의 조직을 새로 만드는 대신 기존 업계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도 지속가능한 모델을 향한 방법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사무국을 맡고 있는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등 기존 조직의 사업을 확대하면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면서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