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음원 여러개 묶어 조각투자…미래에 받을 돈도 상품으로

조철희 기자
2026.09.04 10:00

금융위, 토큰증권 정책 발표 맞춰 조각투자 규율 정비…기초자산 넓히고 투자자 보호 강화

미술품이나 음원 등 하나의 자산을 기초로 발행해온 조각투자 상품에 앞으로 같은 종류의 여러 자산을 함께 담을 수 있게 된다. 이미 체결된 계약을 토대로 권리를 특정할 수 있는 장래매출채권 등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조각투자 기초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기초자산의 범위를 넓히는 대신 일반투자자의 청약한도와 공모물량 배정, 공시 등 투자자 보호 기준도 구체화했다.

금융위원회는 4일 토큰증권 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의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발행 모범규준'도 함께 마련해 발표했다. 토큰증권 제도 시행에 따라 조각투자 시장이 활성화될 것에 대비해 기초자산 요건과 공모·투자자 보호 기준 등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번 모범규준은 토큰증권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현재 전자증권 형태로 발행되는 조각투자에도 적용된다.

조각투자는 비금전신탁 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으로 구분된다. 둘 다 기초자산이나 사업에 여러 사람이 나눠 투자한다는 점은 같지만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은 신탁 가능한 기초자산을 대상으로 기존 신탁제도를 활용한다. 투자계약증권은 신탁을 거치지 않고 공동사업의 손익을 투자자에게 직접 배분한다.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은 그동안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부동산과 음원 등을 기초로 실제 발행돼 왔다.

여러 자산 하나로 묶는다…장래매출채권도 조건부 허용

가장 큰 변화는 기초자산의 집합화(Pooling)를 조건부로 허용한 것이다. 기존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초자산을 원칙적으로 단일 자산으로 제한했지만 금융위는 이번 모범규준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복수 자산을 하나의 조각투자 상품에 담을 수 있도록 했다.

집합 대상은 동일한 종류이면서 동일한 권리를 가진 자산으로 한정했다. 투자자가 자산을 묶는 기준과 목적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개별 자산의 가격과 위험, 수익구조 등도 각각 구분해 제공해야 한다. 가치평가에는 동일한 방식을 적용해야 하며 부실자산도 포함할 수 없다. 묶을 수 있는 자산의 개수와 최대 신탁가액은 기초자산의 특성을 고려해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정하도록 했다.

예컨대 음악저작권은 저작재산권과 저작인접권처럼 권리관계가 다른 자산을 구분해 같은 권리끼리 묶을 수 있다. 모범규준에는 단일 앨범 내 자산이나 한 가수의 대표곡을 묶는 사례, 항공기 본 엔진과 비상용 예비 엔진을 함께 묶는 사례 등이 예시로 제시됐다.

장래매출채권처럼 불확정 사건과 연계된 자산도 일정 요건 아래 허용했다. 이미 체결된 물품공급계약이나 매매계약 등 기초 법률관계가 존재해 권리를 특정할 수 있고,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것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되며, 신용보완 등 강화된 투자자 보호조치가 있는 경우다.

다만 모든 자산을 조각투자 기초자산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부동산 정책과 연계된 주거용 주택이나 주거용으로 이용되는 상업용 부동산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카지노 등 사행성 산업 관련 자산과 사회적·경제적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되는 자산도 대상에서 제외했다.

기초자산 넓히되 청약·공시 등 투자자 보호 강화

기초자산 범위를 확대하는 대신 공모와 투자자 보호 기준도 구체화했다. 발행인과 투자중개업자는 일반투자자가 청약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도록 균등배정과 비례배정 등 배정 절차를 원칙적으로 내규에 반영해야 한다. 모범규준에는 전체 공모물량 가운데 일반투자자 배정 최소 비율과 이 가운데 균등배정 최소 비율을 사전에 정하는 방안도 예시로 제시했다.

일반투자자의 1인당 청약한도도 상품 특성에 맞춰 설정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기초자산의 종류와 발행 규모 등을 고려해 한도를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3000만원과 전체 발행금액의 5% 가운데 적은 금액을 적용하는 방안을 표준 예시로 제시했다. 전문투자자에게 청약한도를 두지 않는 사례도 모범규준에 담았다.

자산보유자에게도 일정한 책임을 부과했다. 자산보유자는 부실자산의 유동화를 방지하기 위해 자산유동화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발행된 수익증권의 5% 이상을 신탁 종료 때까지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공시 의무도 구체화했다.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익증권의 발행인은 신탁재산 현황과 가치변동, 평가손익 등을 담은 신탁재산 운용보고서를 분기마다 작성해야 한다. 해당 보고서는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장외거래소 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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