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멈추지 않는 무탄소 지열발전… 구글도 점찍었다

반준환 기자
2026.09.07 04:00

[반준환의 미국 스몰캡] 퍼보에너지
EGS기술 지하암반 전력생산
설비 구축기간 짧고 단가 저렴
데이터센터發 수요 대안 부상
구글과 '1GW' 15년 장기계약
회계상 실적 부진… 주가 약세
케이프 스테이션 가동일 주목

AI(인공지능) 영향으로 미국의 전력부족 상황이 계속 악화한다. 골드만삭스가 추산한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지난해 31GW(기가와트)에서 올해 41GW, 내년 66GW로 뛴다. 올해 늘어나는 10GW는 원전 10기 분량이다. 이런 가운데 지열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가진 퍼보에너지가 최근 월가에서 주목받는다.

◇구글이 반한 땅속전력 생산업체

퍼보에너지는 유전에서 시추공을 뚫던 젊은 엔지니어 팀 래티머가 설립한 회사다. 그는 2012년 호주 광산기업 BHP에서 시추엔지니어로 일했다. 시추구간이 길어질수록 땅속 열이 높아지는데 이를 잘 처리하지 못하면 새어 들어온 물이 순간 증발하며 폭발사고가 나기도 한다. 이를 고민하던 래티머는 지열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발전을 하려면 물이 새는 틈이 있는 땅을 찾아야 했다. 래티머는 시추경험을 살려 시추공에 물을 주입하는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스탠퍼드대학원에 입학했다. 이후 그는 지열저류층을 연구하던 잭 노벡을 만났다.

두 사람은 2017년 5월 휴스턴에서 퍼보에너지를 세웠다. 빌 게이츠의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 셰일 대기업 데본에너지, 구글 등이 투자자로 들어왔다.

퍼보에너지는 'EGS'(강화지열시스템)라는 기술을 토대로 한다. 지하 3㎞ 아래 화강암은 200도가 넘는다. 여기까지 우물을 수직으로 뚫은 뒤 옆으로 눕혀 2㎞를 더 판다. 이런 우물을 2개 나란히 뚫는다. 한쪽으로 물을 넣으면 암반을 지나며 데워지고 다른 쪽 우물로 뜨겁게 올라온다. 이 열로 터빈을 돌린다.

지금은 우물 2개가 아니라 여러 개를 와인 진열대처럼 층층이 배치하는 '와인랙' 설계로 진화했다. 케이프스테이션에서 가장 깊은 우물은 총연장 6054m다.

퍼보에너지의 경쟁력은 지하구조를 파악하는 시뮬레이션과 분석력에 있다. 시추공에 광섬유케이블을 넣어 암반이 깨지는 소리와 물이 흐르는 온도를 분석하는 방식인데 셰일업계의 DAS(분산음향감지)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2년 네바다의 첫 시추공은 70일 만에 완성됐고 2024년 유타 케이프스테이션에서는 기간을 21일로 줄였다. 올해 7월에는 총연장 5928m, 수평구간 2286m, 238도 시추공을 21일 만에 완성했다.

전력생산 성과도 좋아졌다. 1세대는 생산정 하나에서 3㎿(메가와트)를 냈다. 2세대는 10㎿, 지금 뚫는 3세대는 15㎿다. 시추공이 12㎝에서 2배 이상 굵어졌고 길이도 늘어나면서 전력생산의 원천이 되는 지열도 177도에서 221도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비는 ㎾(킬로와트)당 1만5000달러(약 2025만원) 수준이었는데 현재 5500달러(약 743만원) 수준까지 개선됐다. 업계에서는 수평구간 4572m, 260도 이상, 생산정당 25㎿, ㎾당 3000달러(약 405만원)가 규모의 경제로 연결되는 포인트라고 본다.

퍼보에너지 주가 추이/그래픽=김다나

◇전력생산 효율 빠르게 개선 중

퍼보에너지는 현재 헬머리치앤드페인(H&P) 시추기 3대를 돌린다. 1대당 월 1.5개, 연 54개 시추공을 만들 수 있다. 연 400㎿ 이상을 지을 수 있는 속도다.

회사는 이달 1일 주요 주주이기도 한 구글과 초대형 전력공급계약을 했다. 유타주 사막 지하에서 뽑아낸 지열전기 396㎿를 15년간 구글에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구글은 600㎿를 추가로 사는 옵션까지 제시했고 이를 합치면 1GW에 육박한다. 원전 1기 규모로 미국 지열발전 역사상 최대 계약이다.

데이터센터업체들이 퍼보에너지에 주목하는 이유는 전력설비 구축에 드는 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구글이 투자한 SMR(소형모듈원자로) 기업 카이로스파워의 첫 원자로는 2030년, 500㎿ 완성은 2035년이다. 반면 퍼보에너지는 2028년 3분기에 첫 물량을 준다.

가격도 경쟁력이 있다. 회사가 협상 중인 PPA(전력구매계약) 단가는 ㎿h(메가와트시)당 100~130달러(약 13만5000~17만5500원)다. 투자은행 라자드가 집계한 신규원전 발전단가 141~221달러보다 싸다.

지열발전이 화력발전과 달리 무탄소 전력을 생산한다는 점도 메리트다. 캘리포니아는 2021년 발전사에 날씨와 무관한 무탄소 전원 1000㎿ 확보를 의무화했다.

현재 퍼보에너지의 확정 PPA는 6월말 기준 658㎿, 여기에 이번 구글 396㎿가 더해졌다. 수주잔액은 6월말 72억달러(약 9조7200억원)다. 아직 매출이 없는 회사가 15년치 매출을 미리 받아둔 셈이다. 최근에는 송전망을 거치지 않고 데이터센터 옆에 발전소를 붙이는 '전용발전'(BTM) 모델도 밀고 있다. 연내 첫 계약 발표가 예고돼 있다.

◇상장 직후보다 많이 떨어졌는데…주가 전망은

퍼보에너지의 아쉬운 점은 아직 회사의 재무제표가 충실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매출 14만790달러(약 1억9000만원), 순손실 5779만달러(약 780억원)였고 올해 상반기 매출도 17만4000달러(약 2억원)에 순손실 8774만달러(약 1184억원)를 냈다. 하지만 현금은 충분하다. 퍼보에너지는 올해 5월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20억4000만달러(약 2조7500억원)를 조달했고 이 자금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건설 중인 자산은 12억3500만달러(약 1조6700억원)고 하반기 설비투자 계획은 8억5000만~9억달러(약 1조1500억~1조2150억원)다. 2027년 말까지는 자금에 큰 문제가 없다.

반면 케이프스테이션 1단계 100㎿(33㎿ 지오블록 3개)가 올 연말부터 내년 초 사이에 본격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라 매출도 늘어날 예정이다. 퍼보에너지의 계획상 현재 개발부지는 2630㎢, 파이프라인은 50GW를 넘는다.

월가에서는 퍼보에너지의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 투자-매출-순익으로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언제 완성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는 2027년 매출 가이던스를 6000만~8000만달러로 제시했다. 100㎿가 풀가동되면 나올 수치의 절반 이하다. 케이프스테이션이 연결되는 송전선을 지역 내 다른 발전소도 함께 쓰기로 하면서 내년 출력제한(커테일먼트)이 걸리게 됐다. 만든 전기를 공급할 전선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도 월가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다. 퍼보에너지 상장 직후인 6월에 JP모간은 비중확대 의견에 목표주가 47달러를 제시했다. 파이퍼샌들러는 51달러, 제프리스는 보유 의견에 42달러다. 12개 증권사 평균목표주가는 42달러로 현 주가(18.16달러)의 2.4배다.

주목할 포인트는 첫 전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케이프스테이션 가동일정이다. 4분기에 예정대로 전기가 나오면 '적자 신생기업'에서 '발전사업자'로 재평가가 시작된다. 그 전까지는 수급압박(11월 보호예수 해제)을 염두에 두고 매수시점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글로벌 투자정보업체 원리서치의 판단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