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알글로벌리츠가 채권자들과의 정상화 협의 전 선결 과제로 여겼던 해외 부동산 감정평가서 의혹 관련 영국 현지 소송에서 패소했다. 지난달 14일 자율구조조정프로그램(ARS) 협의 기간이 한 달간 더 연장된 가운데, 회생절차 진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영국 상사법원은 8일(현지시간)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이 회사의 핵심 기초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에 대한 기존 감정평가서가 편향된 방향으로 작성됐다며 대주단 측 대리금융 기관 CBRE론서비스(CBRE Loan Services)를 상대로 제기한 이의제기 소송에서 패소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제이알투자운용이 운용하는 부동산투자회사(리츠)다. 지난 4월 전자단기사채 400억원을 갚지 못해 국내 공모리츠 최초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5월 회생절차를 보류하고 운용사와 채권자들이 리츠 정상화를 위해 협의하는 ARS에 돌입한 상황이다. 사업 정상화를 목표로 기업가치 훼손을 최소화하고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게 법원이 지원하는 제도로 대부분의 이해당사자가 협조하기로 하면서 진행된다.
현재 ARS는 3번째 연장됐다. 영국 현지 법원의 벨기에 파이낸스타워 감정평가서 관련 의혹을 확인한 뒤 정상화 논의 과정이 재개될 예정이었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존스랑라살(JLL)이 작성한 감정평가 보고서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이 감정평가서가 작성되는 과정에서 임차인 재계약 리스트를 과도하게 반영하고 임차인의 재계약 가능성이 높음에도 신규 임대가 될 때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 비용 등을 현실과 다르게 작성했다는 의견이다.
다만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소송 상대방은 감정평가를 수행한 JLL이 아닌 벨기에 현지 대리금융 기관인 CBRE론서비스다. 벨기에 현지법인이 감정평가 과정이 적절하게 관리되지 못한 책임을 물어 CBRE론서비스를 상대로 영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영국 법원 판결이 패소로 결정 나면서 향후 기업 정상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채권단이나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는 현금유보(캐시트랩) 해소도 물 건너간 상황이다. 캐시트랩은 현금흐름이 대주단 통제에 묶이게 되는 조치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해당 조치 이후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 여건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주장한다.
법원이 ARS를 다시 연장해 줄지도 미지수다. 소송에서 승소하고 캐시트랩이 풀리면서 이해당사자 간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면 회생절차 개시 신청이 취소될 수 있었지만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제이알글로벌리츠 관계자는 "JLL 감정평가가 여러 측면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고 기대 이하 부실 용역이라는 지적에도 유효성을 인정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판결과 별개로 현재 벨기에 건물관리청과 임대차 기간을 장기간 추가 연장하는 구체적인 협의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캐시트랩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유수한 금융기관들과 금융 조건을 협의하는 등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소송 결과와 관련해 소액주주연대는 회사 측의 대응이 부실했다고 판단하고 가능한 법적 조치를 다각도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