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던 반도체 종목의 주가가 이달 들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소재·산업재·소비재 등 여러 업종에서 반등이 나타났다면 이달엔 반도체 관련 종목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국제유가와 미국 채권금리 상승 부담에도 코스피가 10일 7000선을 지키며 마감한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금융정보 플랫폼 에프앤가이드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코스피 대장주인 반도체 종목이 포함된 IT 업종의 이달 수익률은 6.04%로 집계됐다.
지난달 0.58%, 7월 -29.11%와 비교하면 이달 초반이긴 하지만 반등 양상이다. 글로벌 정세 불안에도 오픈AI의 차세대 AI(인공지능) 모델 'GPT-6 아스트라(Astra)'가 공개되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가 재확인되고 투자심리가 살아난 영향으로 보인다.
최근 상승 온기가 반도체를 넘어 IT 업종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9일만 보면 반도체 1.6% 상승보다 IT가전 5.4%, 화학 5.2%, 기계 3.9% 등 여타 AI 인프라 업종의 강세가 지수 상승을 이끈 것이 특징"이라며 "중동 및 매크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상승 온기가 반도체 외 업종으로 확산됐다는 점은 국내 증시의 수급 기반과 체력이 이전보다 개선됐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AI와 데이터센터 전력 이슈가 엮여 있는 에너지(8.41%)와 유틸리티(6.81%) 업종도 이달 들어 IT 업종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날도 유가와 금리 상승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스피는 장중 6900선을 밑돌기도 했지만 반도체 주도주가 장 후반 낙폭을 일부 만회하며 7000선을 지킨 7033.92에 거래를 마쳤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약보합 마감했지만 TSMC 8월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투자심리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만큼 전 업종에 걸친 순환매(매수세의 순차적 이동) 양상은 후퇴했다. 8월 한 달간 코스피에서는 소재 업종이 16.85%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소재 업종 수익률은 지난해 말보다 4.48% 하락했다. 7월엔 9%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8월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개선 등이 소재 업종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으로 8월 중순 국제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가까지 오르면서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고 철강·화학 등의 수출 지표도 개선됐다. 뒤를 이어 에너지와 산업재 업종이 지난달 각각 13.85%와 10.58%의 두 자릿수 수익률을 보였다. 에너지는 AI 투자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원전 투자 기대, 이차전지 반등의 영향을 받았다. 조선과 방산이 포함된 산업재는 수주 개선과 글로벌 국방비 확대 등이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이 밖에 필수소비재(6.31%)와 건강관리(6.12%) 등 여러 업종이 지난달 코스피 상승률 3.40%를 아웃퍼폼(지수 대비 수익률 상회)했다. 지난 7월 코스피 변동성이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 필수소비재(4.90%)와 건강관리(2.22%) 외에는 마이너스 또는 제자리 수익률을 보인 것과 대비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들의 주가 상승과 하락 비율을 나타내는 코스피 ADR(Advance Decline Ratio)도 8월 한때 140%를 넘기도 했지만 최근 80%까지 떨어졌다"며 "순환매 강도가 약해진 만큼 반도체 등 주도주가 지수 상승을 얼마나 뒷받침할지가 향후 시장 흐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