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사모펀드 '깜깜이' 심화…이름 가린 펀드 4조원 늘어

김지훈 기자
2026.09.22 15:50
국민연금 국내 등록 사모투자 펀드 운용사별 투자잔액/그래픽=이지혜

국민연금이 사모펀드 출자 내역을 점점 더 가리고 있다. 이름을 감춘 펀드 규모가 1년새 4조원 넘게 불어났다. 운용사 비동의·민감 투자 정보 등을 사유로 가리는 사례가 늘어나 명칭이 공개된 국내 등록 펀드의 투자잔액이 1년새 27%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22일 국민연금의 사모투자 종목(펀드)별 투자 현황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외 출자 사모펀드 명단에서 펀드명이 가려진 항목은 161건, 23조7468억원으로 금액 기준 33.1%를 차지했다. 비공개 건수는 1년새 32건 늘었고 비공개 금액은 4조3397억원(22.4%) 늘었다. 비공개 비중은 1년새 3.5%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출자분 공시에는 '펀드명에 민감한 민감정보 반영'이라는 새로운 사유가 6건 나타났다.

명칭이 공개된 국내 등록 사모펀드(사모투자합자회사·PEF·투자조합)도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 투자잔액은 6조4287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3966억원(27.2%) 줄었다. 운용사 비동의 등의 이유로 출자 펀드명을 가리거나 자금 회수·손실 처리 등으로 목록에서 사라진 영향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투자잔액은 출자금에서 회수금과 손실 처리분을 뺀 장부상 금액을 뜻한다. 2024년 말 공시에서 이름이 공개됐던 국내 펀드 12건과 금액·유형이 일치하는 항목이 지난해 말 공시에서는 '운용사 비동의' 사유로 '사모37' 같은 번호로 표기됐다. 12건의 투자잔액은 6563억원으로 전년 공시 금액과 동일했다.

운용사별로는 지난해 말 MBK파트너스 관련 투자잔액이 5363억원으로 1년새 47.6% 줄었다. 4884억원짜리 2015의1호 펀드가 목록에서 사라진 영향이다. 스톤브릿지는 1012억원으로 58.4% 줄었다. 에스지(SG)프라이빗에쿼티는 49.3%, UCK파트너스(옛 유니슨캐피탈코리아)는 46.7%, KB는 18.0% 각각 줄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6699억원으로 5.7% 줄었고 IMM은 5445억원으로 8.3% 줄었다. 스카이레이크와 어펄마도 각각 10% 안팎 줄었다.

반면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는 1671억원으로 85.5% 늘었다. 프리미어파트너스(26.7% 증가), 제이케이엘(JKL)파트너스(25.4% 증가),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19.3% 증가)도 늘었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국민연금은 정보공개법상 예외조항과 자체 운용지침을 근거로 펀드명을 가리고 있다. 공개된 항목도 투자잔액과 펀드명에 그치며 출자 약정액, 납입액, 회수액, 평가액은 펀드별로 공개하지 않는다.

반면 미국 공적 연기금의 공시 범위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CalPERS),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캘스터스·CalSTRS), 플로리다주 공적기금(SBA), 워싱턴주 투자위원회(WSIB)는 출자한 개별 사모펀드의 약정액, 납입액, 분배액, 순자산가치(NAV), 내부수익률(IRR), 총가치배수(TVPI)를 공개한다.

캘스터스는 2025년 6월 말 기준 MBK파트너스 6호 펀드에 대한 내부수익률이 -30%라고 밝혔다. 캘퍼스와 캘스터스 등은 국민연금이 기금운용본부의 자율성과 보상 확대의 근거 사례로 들어온 연기금들이다. 이와 관련해 IB(투자은행) 업계에선 금융투자와 관련한 대국민 정보공개 요구를 높이는 국정기조와 국민연금의 출자내역 비공개 기조가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투명한 수익률 공개 등에 비춰 국민연금 공개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5월 국무회의에서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성과와 관련해 "주식시장 활황을 보며 소외감을 느낀 분들이 여기서(국민성장펀드) 기회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펀드 운용사의 운용 현황을) 수시로 공개하든지 압박하기 위해서 경쟁을 확실히 촉진해야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펀드는 공개 수위를 높이도록 정부가 요구했지만 의무가입 대상인 국민연금은 오히려 비공개가 확대된 셈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