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이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았다. 발행어음 사업자가 9곳으로 늘어난 만큼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제16차 정례회의에서 메리츠증권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하고 단기금융업을 인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발행어음을 발행해 기업금융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7월 인가를 신청한 지 약 1년2개월 만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 가운데 금융당국의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만 취급할 수 있다. 증권사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기업대출과 회사채, 지분투자 등 기업금융에 활용할 수 있다.
금융위는 메리츠증권의 합류로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한 종투사가 9곳으로 늘어 모험자본 공급 등 기업의 다양한 자금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축적해 온 IB(투자은행) 역량과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혁신기업과 성장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안정적 자금조달을 기반으로 기업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고, 리테일 고객에게는 양질의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어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 여력이 크다. 발행어음이라는 새로운 조달 수단을 확보하면서 부동산금융에서 쌓은 강점을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투자로 넓힐 기반도 마련했다.
메리츠증권의 합류로 발행어음 시장의 경쟁은 본격화할 전망이다. 기존에는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 등 4곳이 발행어음 업무를 했지만 지난해 11월 키움증권, 12월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잇따라 인가를 받았다. 이달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까지 추가되면서 사업자는 9곳이 됐다.
발행어음 시장의 외형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발행어음 조달액은 2020년 말 15조6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54조4274억원으로 3배 넘게 늘었다.
다만 사업자가 늘어날수록 경쟁의 무게중심은 조달에서 운용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정부가 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 의무를 강화하고 발행어음 자금의 부동산 운용 한도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늘어난 조달 여력을 실제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으로 연결할 투자처를 얼마나 발굴하느냐가 앞으로 대형 증권사의 발행어음 사업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