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국이 장기 국채 발행 비중을 줄이고 중·단기물 중심으로 발행 전략을 재편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30년물 중심의 국고채 발행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초장기 국고채의 핵심 투자자인 보험사의 수요가 둔화한 만큼 만기별 수요와 조달 비용·조달 안정성을 고려해 적정 발행 비중을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국고채를 도입해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자금시장의 투자 수요를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뒤따랐다.
26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정화영 연구위원은 '최근 주요국 국채 발행전략의 변화와 시사점' 오피니언에서 "최근 주요국의 높은 재정수요 속 중앙은행이 국채 보유를 축소하면서 민간 투자자가 소화해야 할 국채 물량이 늘어났다"며 "특히 장기물에 대한 투자수요 약화와 함께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각국 정부는 수요 변화를 반영해 만기별 발행 비중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주요국 가운데 미국이 늘어난 재정 조달 수요를 중·단기물 중심으로 소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재무부의 만기별 국채 경매 규모를 보면 2·3·5년물 비중은 2022년 55.5%에서 올해 1~8월 61.9%로 커졌다. MMF 등의 수요를 바탕으로 만기 1년 이하 단기 국채(T-bill) 발행도 늘리면서 국채 발행 잔액에서 단기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말 22.8%까지 높아졌다. 다만 단기물 의존도가 높아지면 차환위험과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일본과 영국도 장기물 투자 수요 감소에 맞춰 발행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일본은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축소와 생명보험사의 초장기물 수요 둔화에 대응해 20·30·40년물 발행을 줄이고 있다. 영국은 확정급여형(DB형) 연금의 장기물 수요가 약해지자 장기 고정금리 국채 발행 비중을 2022~2023회계연도 28.5%에서 2026~2027회계연도 9.1%로 낮추고 중·단기물 비중을 늘렸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초장기물의 핵심 수요처였던 보험사의 추가 매입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자산 듀레이션을 상당 폭 늘린 데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지급여력비율이 개선되면서 초장기물 추가 매입 필요성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 같은 흐름 속에 정부가 올해 30년물 발행 비중을 지난해보다 8%포인트 낮춘 데 대해 "변화한 수요 여건에 부합하는 조치"라면서도 "30년물이 국고채 발행에서 2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장기 자금조달의 안정성을 높이는 편익과 이에 수반되는 조달 비용 부담을 함께 고려하여 적정 발행 비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 기반을 다변화하기 위해 단기 국고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만기 1년 이하의 국고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어 MMF 등 단기자금 운용기관의 투자수요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단기 국고채의 발행과 유통이 정착되면, 단기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부 국채의 도입 여건을 마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