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을 떠나 강단에 선 한 교수는 외국 투자자의 M&A(인수합병)를 자문하다 '정말 한국은 지배주주 주식만 사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부끄러웠다고 했다. 2017년 한 포럼에서는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산 뒤 일반주주 주식은 그 4분의 1 가격에 사들인 사례를 두고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처럼 지배권 거래에서 일반주주가 입는 피해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투자자 보호와 소수주주 보호를 주제로 석·박사 논문을 쓰고 법무부와 국회, 대법원에서 일하며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권익 강화를 연구해 온 필자가 보기에도 이런 거래는 우려스럽다.
M&A는 주주 권익을 해칠 우려가 커서 우리 법은 합병에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주식매수청구권 같은 보호 장치를 두고 있다. 그런데 지배주주와 인수자 사이의 주식양수도에는 이런 절차가 없고 실무에서는 대다수 거래가 이 방식으로 이뤄진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기업결합 가운데 주식양수도는 84.3%, 합병은 1.9%였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의무공개매수 논의가 시작됐고 필자는 응모주식 100% 매수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발행주식 전부를 사라는 것이 아니라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은 전부 사라는 뜻이다. 응모가 몰리면 인수자 부담이 커져 M&A가 위축된다는 우려도 타당하지만 M&A 활성화는 다른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의무 매수 비율을 '50%+1주 이상'으로 정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떠나겠다는 주주의 주식을 일부만 사주며 여전히 남으라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아쉬움은 필자만의 것이 아니어서 최근 자산운용사들의 성명서에 담긴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그러나 선행매수를 없애고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같은 비율로 매각하자는 해법은 또 다른 우려를 낳는다. 응모가 몰리면 지배주주도 지분을 다 처분하지 못해 지배주주와 인수자 모두 거래를 주저할 수 있다. 일반주주는 선행매수 가격이 없으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적정가격을 알기 어렵다. 해외에서 선행매수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응모주식을 전부 사들이는 데다 지배주주 지분율도 우리처럼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법안이 통과되면 지금보다 나아진다. 지배권 거래의 상당수가 공개매수로 이어져 정보가 공개되고 지배주주가 받은 가격으로 일반주주에게도 매각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공개매수 때 이사회의 의견 표명을 의무화하는 '한국형 베어허그' 법안까지 시행되면 주주의 판단 근거도 늘어난다. 일단 통과된 법은 바꾸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지만 경험상 그렇지 않다. 필자가 줄곧 문제 삼아 온 계열사 간 합병가액의 시가 기준은 2024년 시행령 개정 때 개선 대상에서 빠졌다. 하지만 두산밥캣 사태를 계기로 올해 8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공정가액 기준이 도입됐다.
주주 보호의 필요성과 M&A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하면 '50%+1주 이상'에서 출발하는 것도 현실적 대안으로 이해할 수 있고 법안을 미루기보다 지금 통과시키는 것이 낫다. 그러나 이 첫걸음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일반주주 권익 침해 사례가 나타나면 합병가액 때처럼 보완 입법이 뒤따라야 하고, 제도가 정착되면 응모주식 100% 매수로 상향 입법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주주 권익을 강화하면서도 M&A의 순기능을 살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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