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정 모(32)씨, 최근 60만 원대 3차원(D) 프린터를 구매하며 함께 받은 대디스랩(Daddy’s Lab)의 '한글시계 키트'로 한글시계를 직접 제작해 팔기 시작했다. 한글시계는 글자로 시간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4:45를 '네 시 사십 오 분'이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책상에 놔두면 시계 이상의 멋진 실내장식 소품이 돼 대부분 구매 고객들이 큰 만족감을 나타낸다. 최근 주문도 부쩍 늘었다. 정 씨는 "제품 설계도가 오픈소스로 제공된 데다 3D 프린터는 간단한 기능만 알면 사용하기 쉬워 아이가 잘 때나 어린이집 갔을 때 주문받은 제품을 만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과장급 책임연구원으로 제법 잘 나가던 송영광 씨는 '메이커(Maker) 운동'에 꽂혀 단돈 100만 원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회사 교육을 받을 때 자신의 인생 열정곡선을 그려보는 시간이 있었어요. 대학시절에 정점을 찍은 후 과장 진급을 앞뒀을 때 15~25% 정도로 확 꺾였죠. 뭔가 무력하다고 느낄 때 우연히 '와이어드' 편집장을 거친 언론인 크리스 앤더슨의 글을 봤어요. 3D 프린터 시대 얘기였죠. 상상을 상품으로 만드는 메이커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10년 뒤 유망사업으로 떠오른다는 내용이었어요. 무릎을 탁 쳤죠, 이거다."
'메이커'는 기존 만들기와는 달리, 설계도 및 만들기 비결을 오픈소스 형태로 공유하고, 손쉬운 기술과 제작 도구를 활용해 다양한 물건이나 제품을 만드는 개인 또는 집단을 뜻한다.
그가 세운 회사명이 '대디스랩'이다. 지난 10일 '2015 메이커페어 서울' 행사에서 대중 앞에 선 송 대표는 "3D 프린터가 개인 제조업 시대를 불러와 새로운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변해가는 기술 환경과 소비시장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메이커기업'이 새롭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바뀐 소비 추세인 '소량·다품종·맞춤형', 이 같은 유통 패러다임의 변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생산기법은 DIY(Do It Yourself)뿐이며, 이에 적합한 회사 형태가 '메이커기업'이라는 얘기다.
송 대표가 1인 메이커기업의 성장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믿는 이유는 먼저 생산비가 낮다는 데 있다.
"증기기관 시대에는 무엇을 만들려면 매우 많은 돈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100만원대 3D 프린터만 있으면 '내 집안에 공장'이 가능하죠. 제품도 오픈소스 SW(소프트웨어)에 맞춰 정밀하게 만들 수 있어요. 전문가 못잖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거죠."
오픈소스와 3D프린터가 확산돼 생산비용이 줄면서 엔지니어 1인 혹은 2~3명이 회사를 차릴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송 대표는 이런 회사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키트를 보급하고, 키트를 산 개인이나 스타트업은 이를 통해 완제품을 만들어 파는 사업을 구상했다.
"3D 프린터를 사면 우리의 PCB(전자회로기판)가 들어간 '한글시계 키트'를 받는 판매방식이죠. 소비자는 자기 집에서 3D 프린터로 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구매하게 됩니다. 비즈니스를 파는 비즈니스를 하는 거죠. 앞으로 저희와 같은 스타일의 회사가 많아질 겁니다."
대기업들의 무차별적인 업종 진출로 자영업이 붕괴되던 때였다. 하지만 송 대표는 이 사업에 확신이 있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는 핸드백과 안경, 목걸이, 귀걸이, 팔찌 모두 인터넷에 연결돼요. 즉,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의 수만큼 새로운 상품과 비즈니스가 나오는 거죠. 소품종·대량생산 중심인 대기업이 모두 커버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경제 중앙집권형(대기업 중심)에서 분산 네트워크 기업(1인 기업 혹은 스타트업)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계기가 될 겁니다."
이제는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송 대표, 그는 "가까운 미래에는 직장을 구하는 게 아니라 직업을 발명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