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희진씨(가명·29)는 스마트폰 문제로 남자친구와 자주 다툰다. 자신을 만날 때 조차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남자친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것. 여러 번 화도 내봤지만 여전히 남자친구는 스마트폰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씨는 평소 IT 기기에 관심이 많은 남자친구가 스마트폰뿐 아니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현실(VR) 기기에 빠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무기기 수리업체에서 일하는 안모씨(32)는 근무시간 내내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즐긴다. 업무 중 ‘자동전투’(게이머의 별도 조작 없이 게임 캐릭터가 자동적으로 전투를 이어나가는 방식)를 선택한 뒤 곁눈질로 게임상황을 종종 확인한다. 그런데도 안씨는 자신이 과몰입 현상에 빠졌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는 “캐릭터 레벨을 올리려면 어쩔 수 없이 하루 종일 자동전투를 돌려야 한다”며 “다른 사람들보다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길지 않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과몰입 현상이 전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가상현실(VR) 기기가 차세대 IT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형태의 과몰입 현상에 대한 해결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폰 확산, 과몰입 ‘전 연령대’ 문제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세대별 스마트폰 이용 특성과 영향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에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확대되면서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의 영향력이 크게 높아졌다.
2015년 기준 스마트폰의 세대별 이용빈도 통계를 보면 10대 82.4%, 20대 89.3%, 30대 86.0%, 40대 80.0% 50대 69.2%, 60대 이상 24.9%로 나타났다. 40대 이하 연령대에서 스마트폰이 TV, PC, 종이신문 등 다른 미디어와 비교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50대와 60대 이상 연령대에서도 스마트폰 이용 빈도가 3년 전에 비해 각각 44.3%p, 24.2%p 높아지면서 주요 미디어로 떠올랐다.
스마트폰 보급 확산과 함께 과몰입 현상 역시 모든 연령대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몰입 문제가 부각됐으나, 오히려 가정과 학교의 통제를 받지 않은 성인이 중독으로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스마트폰 성인 이용자 중 상당수는 자신의 이용빈도를 ‘의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1월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132명을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 의존’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의 64.2%가 본인이 스마트 기기에 의존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의존 정도로는 절반 이상(53.5%)이 ‘주의할 수준’이라고 응답했고, ‘각성이 필요한 수준’은 35.6%, ‘매우 심각한 수준’은 10.9%였다.
◇VR 과몰입도 우려… “더 큰 문제될 것”= 상용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는 VR 기기는 또 다른 과몰입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VR 기기는 높은 몰입감으로 직접적인 신체의 변화를 유발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하지만 VR 산업이 형성되는 초기인 탓에 과몰입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중소 게임사 대표는 “현재 VR 기기로 인한 어지럼증, 구토 등 신체적 문제에 관심이 쏠려 있지만 정신적인 과몰입 현상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며 “VR은 말 그대로 또 다른 세계가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기기에 대한 집착으로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선정적인 내용이 담긴 성인용 VR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이같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성인 콘텐츠업체 폰허브는 ‘VR 포르노’ 섹션을 추가하고 본격적인 콘텐츠 생산에 들어갔다. 폰허브는 하루 60만명이 방문하는 성인 전용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일본 성인 콘텐츠업체들의 VR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도 성인층을 겨냥한 360도 동영상 콘텐츠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몰입 예방, 사용습관 확인부터=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과몰입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신의 사용습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몰입이 의심되는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스마트쉼센터는 △정기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습관을 점검하고 △애플리케이션은 꼭 필요한 것만 내려받고 △보행, 운전, 회의 중에서 사용을 자제하는 습관을 기를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스마트폰을 보이지 않도록 치워두거나 채팅·메신저의 메시지에 바로 답장하지 않는 것 역시 과몰입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시간을 정해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스마트폰 푸시알림을 꺼두는 것 역시 사용시간을 줄일 수 있다.
자신과 관련 없는 대화를 읽느라 오랜 기간을 허비해야 하는 ‘그룹채팅방’을 제거하는 것도 스마트폰 이용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룹채팅방에는 꼭 필요한 사람만 부르도록 하며, 내가 지금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스마트쉼센터 상담사는 “개인별로 스마트폰 이용행태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자녀가 스마트폰의 어떤 부분에 집착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