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민 대다수가 무척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사회다. 어린이와 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 자영업자, 주부, 실버세대를 막론하고 전 계층과 전 세대에 걸쳐 참 힘들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어느 특정 계층의 스트레스 얘기를 꺼낸다는것 자체가 얼마나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벌써부터 "나도 힘들다"는 메아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필자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스트레스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논의, 그리고 해소 노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하필 이들의 스트레스에 특히 더 주목해야 할까.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출현과 성장이 산적한 경제 현안을 해결하는 중추적인 방안이라는 점에서,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장본인들이 바로 스타트업 창업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적인 부담감은 창업가의 길로 발을 내딛거나 연속 창업을 하는 데 있어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필자가 언급하는 스트레스는 자영업자들의 사업상 애로사항과는 다른 부분이다. 창업가의 스트레스는 제도와 규제에서 오는 부분이 많다. 다행히 대표적인 애로사항인 연대보증제도와 같은 부분은 사회적인 노력으로 해결돼 가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창업가의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있다. 혼자서 또는 2~3명이 모여 몰입도 높게 창업했다가도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비즈니스의 성패가 조직의 역량으로 변환돼 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이 책 '마지막 강의'에서 비즈니스에 대한 첫 화두로 '얼라인먼트'를 언급한 것에서도 그 중압감을 엿볼 수 있다. 고객이나 경쟁사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차치하더라도 조직 관리는 창업가가 피해갈 수 없는 필연적인 스트레스의 원천이다.
동시에 창업가는 외롭다. 고민을 토로할 동료가 없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창업가들의 성향 차이가 어떤 화학 반응에 의해 스트레스와 성장통을 발생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도 당연히 없다. 스트레스에 대한 분석이나 상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설령 분석이 됐더라도 스트레스를 어떤 식으로 해소해야 하는지는 당연히 배운 바가 없다. 우리 사회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스트레스 해소에 대한 무지. 그저 운동, 취미, 종교생활, 음주 등을 권유받고 실제로 실행하기도 하지만, 맞춤 처방의 체계가 없고 플라시보 효과에 기대는 듯한 느낌이다.
필자처럼 창업 경험을 거쳐본 투자자는 그나마 가끔 창업자의 답답한 속얘기를 들어주고 공감의 몇 마디 건네보는 등 노력을 해 본다. 하지만 필자도 스트레스와 상담에 대한 전문적 지식에 한계를 느낀다. 본업이 투자이다 보니 그 부분을 따로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다.
최근에는 일부 스타트업 지원기관이나 엔젤투자자들이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명상과 관련된 행사를 개최하거나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등 움직임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사회적으로 더욱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이며 영웅이다. 그래서 이들의 스트레스를 보살펴줄 사회적인 인프라가 꼭 필요하다.
다만 이 때 유의했으면 하는 점이 있다. 스타트업 창업가는 학생이 아니다. 몇몇 투자자나 조언자들은 이들을 학생 취급하여 무언가 계도하려 하는데 그래선 안 된다. 조언하되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 반대로 일부에서는 이들을 지나치게 전통적인 '사장님' 대접을 하면서 각자도생해야지 무슨 생태계적 지원이 필요하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필요하다.
왜 이렇게 완벽한 존중과 지원이 모두 필요한 것일까. 지금은 자본주의 역사상 처음으로 맞이하는 저성장시대로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타인의 기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스타트업 선진국 미국과 달리, 가족과 친구, 동료 등으로부터 끊임없이 걱정과 비교를 당해야 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더욱 정교한 사회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