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글로벌 IT(정보기술) 공룡들이 한국 시장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시고 있다. 야심차게 시작한 서비스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거나 수년간 추진한 프로젝트가 좌초된 것. 애플 뮤직이나 구글의 지도반출 등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3년 전부터 국내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업계 진출을 타진해왔다. 저작권 단체와의 계약 문제로 출시가 수년 지연되다 지난 8월에서야 일부 업체와만 음원 유통 계약을 체결,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작 소비자 반응은 미지근하다. 로엔엔터테인먼트와 음원 유통 계약에 실패하면서 재생 가능한 국내 음원이 경쟁 서비스 대비 현저히 적어서다.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애플이 ‘반쪽짜리’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는 경쟁업계의 견제도 있지만 한국 사업 파트너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애플은 국내 업체들과 달리 저작권자 등과의 수익 배분 기준을 매출이 아닌 이익으로 잡고 있다. 다만 저작권자에 대한 이익 배분율은 국내 업체 대비 다소 높게 잡았다. 배분율을 높게 책정하되 실제 수익이 나는 만큼만 가져가라는 것.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비를 저작권자에게 공동 부담하자는 얘기다. 지금까지 한국 음원시장에서는 유통사가 손해를 보더라도 매출 기준으로 수익을 분배해왔다. ‘글로벌 스탠더드’ 논리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이익 배분율이 높다는 점만 강조한 것이 오히려 반감을 샀다는 분석이다.
10년 간 공을 들였지만 결국 무산된 구글의 지도반출 문제 역시 한국 시장에 대한 배려 없이 글로벌 스탠다드만을 고집한 결과라는 분석이 공감을 얻고 있다. 앞서 정부는 대축척 지도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신청한 구글에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점을 들어 구글 위성지도에서 주요 안보시설 블러처리(알아볼 수 없게 흐릿하게 하는 것)를 요구했다. 그러나 구글은 회사의 글로벌 스탠더드임을 내세우며 수정 요구를 거부했고, 결국 반출 요청은 불허됐다.
라인의 미국 일본 동시상장이라는 쾌거를 이룬 네이버는 라인의 성공 비결로 ‘현지화’를 넘어선 ‘문화화’를 꼽았다. 해당 국가의 시장 상황을 넘어 문화까지 고려한 정책들이 현지 이용자들을 사로잡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한다고 했다. 간단한 논리이자 변하지 않는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