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버와 택시가 공존하는 호주공항

김지영 기자
2019.12.20 04:00

이달 초 해외 모빌리티 사례 취재를 위해 호주를 찾았다. 호주 시드니 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서자 이동 수단을 타고 내릴 수 있는 승강장(Priority Pick-up)으로 이어졌다. 안내 표지판에는 우버, 볼트, 인고고, 올라 등 승차공유 서비스와 GLID택시, 13캡스(cabs) 등 주요 택시 브랜드를 탈 수 있는 곳들이 적혀있다. 우버와 같은 승차공유서비스는 물론 택시까지 사이좋게 같은 승강장을 이용해 타고 내리는 일이 이곳에선 자연스럽다.

실제로 호주는 모빌리티 서비스 강국으로 꼽힌다. 글로벌 승차공유 기업인 우버는 호주 37개 도시에서 사용자 380만명, 기사 6만7000명을 확보해 달리고 있다. 우버 뿐이 아니다. 시드니에서 구글 지도를 열면 ‘볼트’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인도 승차공유 서비스인 올라도 진출해 있다. ‘카카오T 카풀’, ‘타다’ 논란처럼 이 나라에선 택시업계의 반발이 없었을까. 그렇지않다. 서비스 초기부터 갈등이 여러번 반복돼왔다. 올해 6월에도 택시 기사와 렌터카 사업자 6000여명이 우버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호주가 모빌리티 선진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건 사회적 포용력 덕분이다. 정부는 ‘이용자 편익’을 최우선 가치로 혁신을 받아들인다. 모빌리티 사업자들도 상생 의지가 적극적이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게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의 모빌리티 부담금 제도다. 주 정부는 우버 등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해 부담금 1달러를 5년간 부과하도록 모빌리티 사업자들과 합의했다. 영업에 손해를 볼 수 있는 기존 택시 면허 운전자들에게 보상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사용자가 우버를 이용할 때 자동 부과된다. 장거리 이동 비율이 높고 택시 요금은 비싼 환경이다 보니 불만을 토로하는 이용자도 크게 없다. “무조건 막고 보자”는 국내 택시업계나 “혁신 부작용은 정부가 알아서 해결할 일”이라며 뒷짐지는 모빌리티 사업자들과는 다르다.

시드니 공항에서 모빌리티 픽업 안내판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이었다면 어땠을까’. 크고 작은 시비부터 자칫 육탄전도 벌어질지 모를 살얼음판 같은 곳이 될 터였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개정돼 플랫폼 택시가 도입된다면 ‘타다’와 같은 갈등은 과연 사라질까. 혁신과 갈등을 받아들이는 포용력부터 넓히지 않으면 이같은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