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규제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용두사미에 그칠 수 있습니다.”
15일 정부가 내놓은 디지털 뉴딜 정책에 정보기술(IT) 업계는 대체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데이터 댐’ 사업과 지능형 정부, 디지털트윈, 사회간접시설(SOC) 디지털화 등 공공 디지털 프로젝트가 발주되면서 새로운 일감과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프트웨어 시장 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강력한 규제 개선 로드맵이 동반되지 않으면 과거 정부의 녹색성장이나 창조경제 정책처럼 또다른 ‘구호성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이날 발표된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 세부안을 뜯어보면, 데이터 정책과 비대면 의료·비대면 행정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선 규제 개선이 선행돼야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 개선 로드맵은 빠져있거나 부실하다.
가령 데이터를 모으고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데이터 3법 시행 전 후속 시행령과 추가 입법이 시급하다.
만성질환자, 어르신,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비대면 건강 관리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했으나 이 또한 원격 진료를 금지한 의료법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형국이다. 정부는 의료계 등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비대면 의료를 제도화한다는 입장이지만, 수년째 의료계를 설득시키지 못했는데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이 많다.
차두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전략연구실장은 “규제와 기존 기득권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이 분명하지 않다”며 “대통령이 나서서 디지털경제 시대에 걸 맞는 규제 개혁과 돌파 의지를 밝히고 기존 이해 당사자들과 디지털 경제 시대로의 전환을 설득하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공공 디지털 정책의 안착을 위해선 대기업의 공공 SW 참여제한 규제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의 공공시장 독점을 막아 역량있는 중소·중견 SW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였지만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국가 공공 IT사업이 부실화되고 발주처들조차 원치 않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큰 기업이 좋은 품질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잘 하고 국내에서 활용이 잘 돼야 레퍼런스(참고 자료)가 돼서 외국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도 개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공공 디지털 뉴딜 사업에 입찰)하면 가점을 준다든가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문일답]과기부 장관 "'디지털 뉴딜' SW 대기업 참여 중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한국판 뉴딜'의 일환인 '디지털 뉴딜'의 세부 계획을 15일 발표하며 "대기업 참여도 상당히 중요하다"며 대기업 공공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참여 제한 제도 개선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열린 '디지털 뉴딜'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련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소프트웨어(SW) 산업에 대기업 참여가 제한된 데 여러 문제 제기가 있는 것을 잘 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장관은 " 큰 기업이 좋은 품질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잘 하고 국내에서 활용이 잘 돼야 레퍼런스(참고 자료)가 돼서 외국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당장 어떤 규제를 풀겠다든지 말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민간이 참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 개혁을 해 나가는 것은 중요하다"며 "2025년까지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또 디지털 뉴딜을 통해 "이 기회에 교육 격차나 디지털 격차를 오히려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최 장관은 "디지털 뉴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앞으로도 많이 있을 것"이라며 "노인이나 신체가 불편한 분들 등에게도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도 하고 디지털 기기도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키워드별 일문일답.
- 디지털 뉴딜의 공공 사업에 대기업 참여가 필요한 부분도 많은데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는 대기업 참여가 제한돼 있다. 개선 계획은.
▶최기영 장관(이하 '최'): 그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제기가 있는 것을 잘 안다. 가능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양쪽 다 상생하는 그런 방안을 마련 중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입찰)하면 가점을 준다든가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큰 기업이 좋은 품질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잘 하고 국내에서 활용이 잘 돼야 레퍼런스가 돼서 외국 수출에도 도움이 되는 등 여러 가지 면이 있기 때문에 대기업 참여도 상당히 중요하다.
- IT 업계에서는 데이터 3법의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 등 규제 개혁 방안은 빠져 있는 계획이라고 한다. 규제 해소 방안이나 민간 투자 유인책이 있나.
▶최: 디지털 뉴딜은 한두 해로 끝나는 것은 아니고 2025년까지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 규제 개혁이나 법 제도 문제는 앞으로 계속 풀어나가야 될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어떤 규제를 풀겠다고 말하긴 어렵다. 데이터 3법 등은 지금 상당히 논의를 내부에서 진행 중이라 아마 좋은 규제 개혁안이 마련될 것으로 생각한다.
-공공 데이터 개방을 하면 전체에게 개방하나. 그걸 만든 기업은 정보를 오히려 외국 등에 내주는 것이 되지 않나.
▶최: 내부적으로도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해왔고 하고 있다. 이게 꼭 외국과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업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기업이 많이 노력해서 데이터를 만들었는데 개방을 하고 그것을 다 공유하면 그것을 만든 기업은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최대한 문제가 없는 방향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문제가 없는 것은 가능한 개방하겠다는 게 지금 정부의 입장이다. 아무나 그 데이터에 접근해서 좋은 신산업을 창출해 나가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90만개 일자리가 창출되는 만큼 기존 일자리 감소나 전환을 불가피하게 수반할 것이다. 정부에서 사라지는 일자리 수를 얼마 정도로 추산했나.
▶최: 디지털 대전환은 이미 코로나19 이전에도 일어나고 있었다.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굉장히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가속화되는 만큼 충격이 크다. 그만큼 일자리 전환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국판 뉴딜로 하겠다. 일자리 전환을 위한 고용보험이나 재교육, 평생교육 등에 대한 것도 디지털 뉴딜이 담고 있다.
비대면 사회로로 가면서 사라지는 일자리가 얼마나 될 것이냐는 상당히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90만개 일자리'는 여러 가지 데이터나 취업유발갯수, 여러 가지 경험상 얼마나 창출이 됐는지 다 감안해서 만들어진 숫자다.
-공무원 조직 등 공공부문은 지능형 정부로 전환하면 필요 없는 인력이 많아지지 않나. 중장기 인력 감축 계획이 있나.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 공공부문이 디지털화를 통해서 인력이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현 단계에서는 좀 어렵다고 판단한다. 다만 지금 가속화되는 디지털 전환 추세에 맞춰서 공공부문이 서비스 등에 어떤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느냐 문제다. 여기서 제기된 방법의 하나가 지능형 정부일 것이다. 그래서 소위 맞춤형 서비스를 인공지능 기반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향이다. 그에 관련된 인력은 오히려 늘 수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어느 분야의 인력이 필요 없다고 말씀드리긴 어렵다. 다만, 정부는 조직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조직을 인력을 늘리거나 할 때 디지털화나 인공지능화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절차를 도입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온라인 교육 인프라를 조성한다는데 지금까지 연구 결과는 학습 능력이 뛰어난 소수의 5% 정도에게만 온라인 교육 효과가 있고 오히려 교육격차를 심화한다고 한다. 대안이 있나.
▶최: 정부로서는 이번 기회에 그런 교육 격차나 디지털 격차 이런 것들을 오히려 해소해 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농어촌에 인터넷이 잘 안 깔려 있다든지 디지털 기기가 부족해서 더욱더 격차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들이 많다. 그래서 이번 디지털 뉴딜에 그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예를 들면 인터넷이나 와이파이를 전국 방방곡곡에 다 깔 수 있도록 노력하고 디지털 기기를 나눠주는 내용도 들어있다.
▶권지영 교육부 미래교육기획과장: 아울러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교육격차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정부는 인지하고 있다. 이 부분 관련 에듀테크 멘토링 사업을 이번 추경 사업에도 한다. 각 교육청마다 별도의 지원사업을 강구하고 있다. 또 교육 디지털 인프라 구축은 온·오프라인 융합수업으로 다양한 미래인재양성을 위한 사업으로 진행되는 부분 있다.
- 원격의료 등 디지털 전환으로 비롯될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지.
▶최: 사회적 갈등 해소는 각자 조금씩 양보하면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한 걸음'이라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각자 한 걸음씩 양보하자'는 것이고 결국은 사회적 합의를 끈질기고 끈기 있게 서로 노력해 나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좀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오프라인에 익숙한 소상공인들의 온라인 판로 지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최: 온라인 IR을 한다든지 하는 것을 다른 부에서도 지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권대수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관: 향후 5년간 소상공인 32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기획전이라든지 쇼핑몰 입점 지원, 라이브커머스 등 입점 지원을 하겠다. 상품화나 컨설팅도 병행해서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상공인의 스마트화를 위해서 스마트 상점을 10만개 지원하고 스마트 공방도 1만개 정도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디지털 전환이 되면 노인 등의 계층은 소외되거나 뒤쳐질 수밖에 없다. 브리핑에 관련 내용이 빠져 있는 것 같다. 관련 정책을 수정하거나 보완할 여지가 있나.
▶최: 노령인구가 굉장히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전환이 이렇게 빨리 일어나면 상당히 많은 인구에 해당되는 분들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 뉴딜에도 상당히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노인뿐만 아니라 신체가 불편한 분들도 많이 있고 그런 분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도 하고 기기도 보급할 생각이다. (디지털) 교육은 생활 SOC 센터, 주민센터나 도서관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다만 이는 코로나19 방역 문제 때문에 제한적일 수 있어서 댁에 찾아가 설명하는 서포터즈도 고용할 생각도 하고 있다. 예산이 좀 부족할 수 있는데 필요한 대로 더 예산을 늘려가면서 그런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
▶과기부 관계자: 디지털 포용 문제는 오는 20일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중심으로 발표하는 사회 안전망 분야 정책에 포함돼 있다. 예산도 상당히 늘어났다.
- '디지털 뉴딜' 계획이 기존 정책의 재탕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
▶최 : 디지털 대전환은 사실 디지털 뉴딜 이전에도 일어나고 있었고 앞으로 굉장히 가속이 돼서 빠르게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 뉴딜 이전에 세운 방향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기에 비슷할 수 있다. 다만 변화가 가속되고있어서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 디지털 뉴딜 계획이 기존 계획과 다른 점이다. 또 여러 가지 경제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 주로 일자리 창출이 많은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는 면에서 디지털 뉴딜은 그전에 준비했던 방향, 계획과는 조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