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먼저 넣을까? 수프 먼저 넣을까?' 라면 애호가들 사이에서 결론나지 않는 난제 중 난제다. 여기서 전제는 '끓는 물'이다. '면vs수프' 논쟁은 일단 물을 끓인 다음의 문제다. 국내 대표 라면 제조사들도 '550ml의 끓는 물' 조리법을 표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라면논쟁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사실은 '끓는 물'도 필요 없다는, 이른바 '찬물라면' 조리법이다.
발단은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의 페이스북 글이었다. 김 교수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라면의 새역사를 열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서론-동기-실험-결론-토의'에 이르는 그럴듯한 실험 결과를 토대로 찬물에 끓인 라면의 맛을 극찬했다. 찬물에 라면과 수프를 넣고 라면을 끓어보니, 면발도 완벽했고 조리 시간과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었다는 결론이었다.
찬물라면 조리법이 반향을 일으키면서 라면 제조사들도 논쟁에 참전했다. 라면 제조사들은 '표준조리법'으로 끓인 라면이 보편적으로 맛있다고 느끼는 라면 맛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화구의 화력이나 찬물의 온도 등 조건이 제각각이라 일정한 맛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27년 경력 라면장인은 찬물라면 논쟁을 어떻게 봤을까. 지난 24일 tvN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한 윤재원 농심수프개발연구팀 팀장은 "(찬물라면은) 표준조리법에 비해 면이 덜 익는 느낌이었고, 수프에 많이 들어있는 고춧가루나 후추의 풋내가 조금 남아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팀장은 1994년 농심 입사 후 27년간 라면 수프와 건더기를 개발해온 라면 장인이다.
김상욱 교수는 찬물라면 글을 올린 다음 날 다시 글을 올려 "호기심으로 해본 것"이라고 했지만, 찬물라면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등장에 누리꾼들은 환호했다. "남편이 교수님 핑계로 라면을 먹길래 본의 아니게 야식을 했다", "물리학의 대중화를 위해 라면을 끓어보자"는 '재미파'부터, "전공자인데 면발의 상태에 대한 측정가능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진지파'까지 한국인들의 남다른 라면 사랑이 확인됐다.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인 1명이 1년에 먹는 라면의 양은 75.1개로 2위 네팔(57.6개), 3위 베트남(56.9개) 등에 비해 압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