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무료서비스 이용 못했다고 손해배상 하라는 나라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
2021.11.09 06:29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

10월 25일 전 국민은 혼란에 빠졌다. 오전 11시 즈음 시작된 KT의 장애는 약 1시간반 가량 지속되면서 점심장사를 준비했던 소상공인은 배달주문을 받지 못하고 카드결제도 하지 못해 하루 장사를 망쳤다. 일반 이용자들이 겪었던 불편도 심각했다. 이용자들은 기다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일이 왠지 낯설지 않다. 3년 전 KT 아현지사 화재가 났을때도 지금과 같은 큰 혼란이 있었다. 당시 수많은 대책이 나오고 법이 개정됐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법령이 개정되면서 문제의 원인이던 기간통신사업자뿐 아니라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의무와 책임이 부과된 것이다.

여기서 의문점이 생겼다. 우리는 매월 적게는 몇천원에서 많게는 10만원이 넘는 통신비를 낸다. 정부의 허가 받은 소수의 독점사업자가 전 국민에게 통신비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간통신사업자는 인터넷망이 안정적으로 유지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우리 삶에서 인터넷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이번 KT 사고처럼 기간통신사업자의 장애가 발생할 경우 예측 불가한 피해규모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의무는 더 막중한 것이다.

부가통신사업자는 어떨까. 하루에도 수십번씩 초록색 검색창과 노란색 메신저를 들어다본다. 그렇다고 우리가 매달 통신비를 내지는 않는다. 분명한 차이가 있다. 부가통신서비스는 대체서비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장애의 영향은 불편함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네이버가 안되면 구글이나 다음, 카카오톡이 안되면 문자를 쓰는 식이다.

또 하나 당황스러운 소식이 있다. KT 장애사고 발생 직후 일부 게임사는 자사 게임 이용자들에게 접속 불가 보상으로 게임 내 아이템을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인터넷 먹통에 따른 불만이 생기자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이다. 문제는 기간통신사업자가 발생시켰는데 그 책임은 부가통신사업자가 진 형국이다.

기간통신사업자는 단말기 할부, 위약금 때문에 다른 통신사로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은 반면, 부가통신서비스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다른 서비스로 이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부가통신사업자들은 아무리 사소한 장애도 쉽게 넘길 수 없다. 그러나 정부는 또 한 번 부가통신사업자 규제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 부가통신사업자에게 기간통신사업자와 동일한 손해배상 및 장애 고지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무료 서비스에도 손해배상 의무를 부여하고 장애고지 기준 시간을 4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다. KT 아현지사 화재와 KT 통신장애 사고를 겪으면서도 정부의 규제방향은 항상 부가통신사업자로 향하고 있다. 규제는 강화되는데 사고가 계속 발생한다는 것은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특히나 일정한 시기 혹은 월 정기결제 금액이 없는 무료서비스까지도 손해배상 의무를 부여한다는 정부의 움직임은 이해하기 어렵다.

유튜브, 카카오톡, 네이버, 페이스북 등 이용자 편의를 위한 무료서비스를 잠시 이용하지 못했다고 손해배상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을 보며 4차산업혁명을 외치던 정부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KT 장애사고와 KT 아현지사 화재를 참고해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의 본질적인 차이는 무엇인지, 이용자 보호를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 과연 부가통신사업자의 규제 강화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 스스로 대한민국이 규제공화국이라는 인증샷을 날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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