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다'는 조롱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선한 콘텐츠'에 대한 확신이 있어요"
조회수에 목을 맨 크리에이터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남발하고, 이를 소비하는 유저는 익명 뒤에 숨어 악플을 쏟아내는 유튜브 세계. 생태계 참여자 모두의 심리가 피폐해지기 일쑤지만,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굿 크리에이터(Good Creator)'와 '굿 유저(Good User)'의 선순환에 대한 희망을 얘기했다. 공동운영자로 참여해 79만 구독자로 키워 낸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가 그의 희망을 현실로 증명해 낸 무대이기도 하다.
지금은 유명 유튜버가 됐지만, 닥터프렌즈의 시작도 녹록지는 않았다. "웃기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 "얌전한 콘텐츠를 누가 보냐" 등 주변의 조롱 섞인 우려도 상당했다. 그럼에도 오 전문의는 유저들에게 유익한 의학 상식 콘텐츠의 힘을 믿었고, 유저들의 칭찬으로 무럭무럭 성장했다. 실제로 그가 채널을 개설했을 때는 의학 유튜버가 적었지만, 지금은 많은 의료인들과 병원·학회 등 단체들까지 의학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그는 "선한 콘텐츠가 좋은 유저를 만들고, 이들의 응원과 칭찬이 더 많은 좋은 크리에이터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 전문의는 또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에겐 악성 댓글이 많고, 건강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에겐 선한 댓글이 많은 경향이 있다"며 "선한 댓글이 많은 곳에는 악성 댓글을 달기가 쉽지 않고 악성 댓글이 많은 곳으로 떠난다. 즉 착하고 유익한 콘텐츠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선한 유저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문의는 늘어나는 어린이 유저들에 대한 조기 교육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유튜브는 전 연령대가 시청하는 플랫폼인 만큼, 어린 나이부터 비윤리적인 콘텐츠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면 잘못된 가치관과 소비 행태에 익숙해져 악성 유저로 자라날 수 있어서다.
오 전문의는 "과거 초등학교 교육 현장에선 무작정 '유튜브나 아프리카TV는 보지 말라'는 식으로 지도했지만, 지금의 유튜브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며 "무작정 못 보게 막기보다는 어떤 콘텐츠를 보는 게 좋은지 선택하는 방법, 콘텐츠 소비 과정의 윤리 의식 등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얼굴이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악플은 면전에서 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플 달기' 노력도 강조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보면, 콘텐츠에 처음 달리는 댓글 몇 개가 뒤따르는 댓글 여론에도 영향력이 크다는 것. 그는 "좋은 댓글이 먼저라면 다음도 건전하고, 나쁜 댓글이 먼저 달리면 분위기가 악플로 쏠리더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의 사이버 폭력 대응은 '나는 참가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대응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선플로 대응해 더 이상 악플을 달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마치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를 단순 방관하지 않고 방어자로 적극 가담하는 '학교폭력 멈춰!' 운동처럼 "유튜브 이용자들도 악플을 발견하면 '멈춰'라고 얘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게 오 전문의의 당부다.
유튜브의 '노란 딱지'를 사례로 들면서 플랫폼의 역할도 주문했다. 노란 딱지는 유튜브가 특정 콘텐츠를 '광고 게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붙이는 노란색 달러 모양의 아이콘이다. 시청자들에게 노출되지는 않지만, 크리에이터들에겐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이 제한 또는 배제되는 만큼 상당한 자정 노력의 압박 요소가 된다. 그는 "플랫폼이 자극적인 콘텐츠의 크리에이터에게 노란 딱지를 붙여 수익창출을 막는 것처럼, 반대로 건전하고 유익한 콘텐츠는 더 많이 노출시켜 수익 창출을 돕는 등의 방식을 고민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네이버·카카오·네이트 등이 자사 포털의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을 없앤 것도 주목했다. 유튜브의 경우 악플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가 없다보니 댓글 관리가 오롯이 유튜버의 몫이 되고, 이 과정에서 유튜버들이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된다는 것. 오 전문의는 거짓 또는 인격모독 내용의 댓글에 고통을 호소하던 유튜버가 극단적 선택을 한 최근 사건도 유튜브의 댓글 정책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오 전문의는 "주변의 유명 유튜버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악플은 그저 참을 뿐'이라고 말해 정말 마음이 아팠다"라고 말했다. 이어 "크리에이터의 특징을 고려할 때 악플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플랫폼의 노력 또는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며 "여기에 크리에이터들과 유저들의 자정 노력이 더해진다면 더 건강한 유튜브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