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최근 폴란드에 투자를 확대하는 요인이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넓은 인재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글로벌 수요가 높은 PC·콘솔 기반의 'AAA급'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폴란드를 선택한 만큼 양국이 이득이 되는 윈-윈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6년 폴란드 게임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 크래프톤, 위메이드 등 국내 매출 상위권 기업들이 최근 몇년 간 폴란드 게임사에 투자하고 있다. 엔씨는 2024년 폴란드 인디 게임개발사 '버추얼 알케미'에 투자했고 크래프톤은 '피플 캔 플라이'에 투자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국내 게임사들 뿐 아니라 중국 텐센트와 프랑스의 유비소프트 등 해외 게임사들도 마찬가지다.
이같이 글로벌 게임사들이 앞다퉈 폴란드 게임사에 투자하는 건 폴란드가 유럽 내에서 가장 효율적인 제작 비용과 높은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제작 허브'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폴란드 게임 제작사의 약 71.8%가 콘솔 및 PC 플랫폼을 주력으로 삼고 있어 서사 중심의 AAA급 대작 게임 개발에 최적화되어 있어서다. 특히 고숙련 인력들이 배출된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폴란드 52개 대학에서 65개 이상의 게임 관련 학위 과정이 운영돼 개발자들의 기술력은 세계 정상급이지만 평균 연봉은 5만3000~6만600달러(약 7500만~8500만원)로 서유럽이나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IP 수익에 저율 과세를 매기는 등 정부 지원도 남다르다. 중소기업 위주의 제한적인 세제 혜택제도를 택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폴란드는 게임처럼 연구개발(R&D) 활동을 통해 창출된 IP 수익에 대해 일반 법인세율(19%) 대신 5%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특허 박스'제도를 도입했다. 폴란드에 법인을 세운 해외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강력한 유인 효과로 작용한다. 또 R&D 활동에 투입된 인건비와 자재비 등에 대해 최대 200%까지 세액 공제를 제공하고, 전용 R&D 펀드도 운영해 고위험·고수익 기술개발을 장려한다.
다만 폴란드 게임사들의 한계도 적잖다. 전 세계적인 게임산업 조정기와 인접국인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의 여파로 투자가 줄면서 자본력이 약한 현지 중소형 스튜디오들이 대거 퇴출되는 등 산업 생태계가 위축되고 있다. 이 가운데 텐센트 등 거대 자본이 주요 스튜디오를 인수하면서 폴란드 특유의 창의적인 활동이 제약받고, 글로벌 대기업의 진출로 핵심 시니어 인재가 유출되는 점은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꼽힌다.
이같은 장점과 한계를 적절히 보완하는 '한-폴 게임 동맹'이 양국에 모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폴란드를 통해 저평가된 우량 IP를 확보할 수 있고, 폴린드는 우리 강점인 모바일 최적화와 라이브 서비스 수익모델(BM) 운영 노하우를 이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다.
콘텐츠진흥원은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한국의 기획력과 폴란드의 제작역량을 결합한 공동 개발 모델을 활성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유럽-아시아를 잇는 글로벌 퍼블리싱 거점을 구축해 폴란드를 한국 게임의 유럽 진출 전초기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