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고속도로' 구축 토대인 AIDC(인공지능데이터센터) 특별법이 부처 간 이견으로 국회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AIDC 사업자가 한국전력공사를 거치지 않고 발전사업자와 전기요금을 직접 계약할 수 있게 한 PPA(전력구매계약) 특례를 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입장이 엇갈려서다. 국회에선 해외 기업의 국내 AIDC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조속한 부처 간 합의를 촉구한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 발의된 AIDC 관련 법안 6건을 통합하는 논의를 시작했지만 두 부처 간 이견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이 AI 인프라 투자 파트너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브랜딩해야 하지만 전력 문제가 우리의 약점"이라며 "강력한 정책 메시지를 통해 글로벌 기업의 국내 AI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도 "국내 AI 인프라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전력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해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 원칙에 맞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선 부처 간 조율을 통해 AIDC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도 "AIDC 특별법이 통과되면 해외 기업에 한국이 AIDC 투자처로서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논란의 핵심은 AIDC 사업자가 기후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발전사업자와 PPA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한 특례 조항이다. 현재 국내 전력시장은 발전사업자가 전력을 생산해 한전에 판매하고, 기업은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구조다. 재생에너지 확대나 분산에너지 활성화 등 일부 목적만 제한적으로 PPA가 허용돼 있다.
PPA 계약이 체결되면 전력 거래 조건을 사업자 간 협의로 정할 수 있어 AIDC 사업자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한전이 사실상 독점해온 전력 판매 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는 효과가 있어 한전을 관할하는 기후부가 반대하는 것이다. 전력 수요가 큰 다른 산업에서도 유사한 특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부는 "개별법에 PPA 특례를 규정하기보다는 분산에너지 특구 등 기존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학계와 업계는 AIDC의 안정적인 전력 확보와 비용 절감을 위해 PPA 특례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전날 더불어민주당 AI강국위원회 2기 발대식에서 "국내 AIDC 대기 수요가 상당하지만, 송전망 문제로 전력 공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AIDC 건설을 촉진하려면 인근 발전소와의 전력 거래 규제를 완화하고 발전소와 데이터센터를 함께 구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업계 관계자도 "발전사업자가 기업의 유휴 부지에 발전소를 설치하고,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기업이 직접 구매하는 '온사이트 PPA'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