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강남의 밤, 핸들에서 손을 뗐다…'AI 기사님' 택시 타보니

유효송 기자
2026.03.24 15:59

카카오모빌리티, 서울 강남서 자율주행차 시범운영…내달 상업화 예정

카카오모빌리티의 서울자율차가 23일 서울시 강남구 일대를 주행 중이다/사진제공=카카오모빌리티

#2054년 워싱턴 D.C. 도로 한복판, 수백대 자율주행차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인간 개입 없이 중앙 네트워크의 통제만으로 도로 위 완벽한 질서가 이뤄진다. 이는 2002년 개봉한 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장면 중 하나다. 그 영화적 상상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싹을 틔웠다.

지난 23일 오후 10시, 매봉역 2번 출구 앞에서 직접 'AI 기사님'을 호출했다. 평소 택시를 부르던 '카카오 T' 앱 상단에 새로 생긴 '서울자율차' 아이콘을 누르고 목적지를 역삼동 인근으로 설정하자, 하얀색 EV6 한 대가 다가와 멈춰 섰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서울시 허가를 받아 지난 16일부터 강남구에서 시작한 자율주행 차량이다.

차 지붕 위에 달린 낯선 'AV(Autonomous Vehicle-Kit·자율주행차량키트)'가 눈에 띄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2018년부터 자체 개발한 이 구조물은 실시간 도심 운행 데이터를 수집한다. 라이다(LiDAR) 3개, 카메라 7개, 레이더 5개가 촘촘히 배치돼 차량 주변 360도를 쉼 없이 감시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AI가 자동으로 라벨링·가공한 뒤 'AI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자율주행 모델 학습에 즉각 반영한다.

차에 탑승하자 운전석 쪽 대형 화면이 눈길을 끌었다. 내비게이션이 아닌, 주변 차량들이 정밀하게 표시된 실시간 주행 맵이었다. 운전석에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 매니저가 앉아 있었지만 그의 손은 무릎 위에 놓여 있었다. 핸들은 스스로 돌아갔다.

카카오모빌리티 '서울자율차' 운전석에 장착된 엔지니어링 정보 화면/사진제공=카카오모빌리티

매봉역에서 출발한 서울자율차의 첫번째 위기는 논현로 우회전 진입 후 찾아왔다. 커다란 버스가 갑자기 눈 앞을 가로막은 것. 머뭇거림도 없이 서울자율차는 속도를 줄였다.

이어진 직진 도로, 우측 차선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예고 없이 '칼치기'로 끼어들었다. 운전자라면 욕설이 나올 법했지만, 자율차는 급정거 대신 속도를 미세하게 조절해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이어진 매봉터널, GPS 신호가 차단됐지만 카메라와 라이다가 벽면을 인식하며 부드럽게 나아갔다.

고객 안심을 위해 뒷좌석엔 모니터 'AVV(승객용 시각화 장치)도 달았다. 강남 도로를 3D 맵으로 구현, 차선 변경이나 유턴 등 차량의 주행 의도를 화면에 보여줬다.

약 10분 후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급가속이나 급제동은 한 번도 없었다. 마치 노련한 베테랑 기사가 운전하는 듯했다. 아직 안전 요원이 동승해야 하지만, 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현재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은 라이다로 '규칙 기반' 주행을 구현하는 구글 웨이모(Waymo)와, 카메라와 AI로 대규모 실주행 데이터를 학습하는 '엔드투엔드(E2E)' 방식의 테슬라(Tesla)로 양분돼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택했다. 신호처럼 예측 가능한 상황은 규칙 기반 방식으로 제어하고, 돌발 변수에는 AI 기반 플래너가 실시간 분석해 최적 경로를 지시한다. 서울시의 V2X(Vehicle to everything)까지 더해져 한국 도로에 최적화했다.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는 강남 심야 자율주행차는 총 7대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중 2대를 운영한다. 심야 시간대(오후10시~오전5시) 강남 시범운영구역에서만 영업하고, 기상 악화 시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는 서울자율차를 다음달 6일부터 유료화할 계획인데 기본요금(심야할증 포함)만 적용한다. 오전 4시~5시 이용요금은 서울 일반택시와 동일한 4800원 △심야 할증이 적용되는 오후10시~11시, 오전 2시~4시는 5800원 △오후11시~오전2시는 6700원이다.

김민선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사업팀장은 "자율주행의 두뇌인 AI를 학습하는 데이터 파이프라인부터 인지·예측 등 주행 알고리즘을 자체 국산 기술력으로 구축했다"며 "다양한 국내 기업들과 협업해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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