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일반 영화'와 'AI 영화'라는 구분은 없어질 겁니다. 콘텐츠 제작에 AI를 쓰는 게 CG(컴퓨터 그래픽)만큼 당연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백현정 CJ ENM 콘텐츠이노베이션 담당은 3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컬처 TALK'에서 이같이 말했다. CJ ENM은 AI로 제작한 장편 영화 '아파트'(The House)를 이날 공개했다.
아파트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는 주인공 '유미'가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서 겪는 기묘하고 섬뜩한 사건을 그린 AI 공포영화다. 로케이션(촬영지) 이동 없이 실내에서 촬영한 영상에 AI로 제작한 배경과 시각효과를 입히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아파트 제작비는 배우 출연료나 촬영·조명 감독 인건비 등을 포함해 총 5억원이다. CJ ENM은 제작비 감축과 장르 다양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백 담당은 "최근 콘텐츠 제작비 급증으로 매년 제작할 수 있는 작품 수가 줄었는데 AI 기법을 활용하면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AI를) 판타지, SF 등 대규모 제작비가 필요한 장르물도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창익 CJ ENM AI스튜디오팀장도 "일반적인 방식이었다면 제작비가 5배는 더 들었을 것"이라며 "AI 기법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장면과 괴수를 무찌르는 장면에 들어가는 제작비가 비슷해 장르물에서 효용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CJ ENM은 '콘텐츠 제작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파이프라인은 서사가 있는 중편·장편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여러 AI 도구를 결합한 제작방식을 말한다. 여러 명이 동시에 작업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는 같은 도구를 사용해도 작업자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데 이를 평준화하는 것이 목표다.
CJ ENM은 '이마젠(이미지 생성)', '나노 바나나(이미지 보정· 최적화)', '비오(영상 생성 모델)' 등 구글의 AI 도구를 파이프라인에 결합했다. 아파트 프로젝트는 지난 29일 열린 '구글 포 코리아' 행사에서 '산업에 AI가 효과적으로 적용된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CJ ENM은 구글과 협업을 지속해서 강화할 계획이다.
CJ ENM은 지난 2월 AI 제작사 13개, 교육기관 5개 등 18개 기관과 함께 산학협력기구 'AI 콘텐츠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도 얼라이언스 소속 제작사 더한필름과 쏠트페이커스가 참여했다. 백 담당은 "AI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며 "기술개발, 유통, 인재 육성까지 전방위적 협업을 강화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영상 완성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콘텐츠 품질도 금세 개선될 거라고 답했다. 정 팀장은 "아파트 제작 초기에는 없었던 나노바나나가 제작 중에 출시됐다"며 "며칠간 작업해도 해결되지 않던 장면이 나노바나나로 하루만에 해결되는 걸 보고 기술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경비원 역할을 맡은 김신용 배우는 "일반적인 크로마 촬영과 달리 현장에서 AI 배경과 효과를 직접 보며 연기할 수 있어 몰입도가 높았다"며 "전체 촬영을 실내 스튜디오에서 4일 만에 마칠 수 있었다는 점이 놀라웠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아파트는 다음 달 1일 CJ ENM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