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통신에 처음 적용된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영상통화와 클라우드게임 등 소비자 서비스로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5G SA(단독모드) 상용화가 본격화되면서 관련 제도 정비 필요성도 커진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 3사는 긴급구조 통신 우선전송 서비스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상 첫 '특수서비스'로 인정되면서 네트워크 슬라이싱 사업 확대 가능성에 주목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통신 3사와 소방청이 추진한 해당 서비스를 특수서비스로 인정한 것은 2011년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국내 네트워크 슬라이싱 제도화의 출발점으로 평가한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하나의 5G망을 여러 개의 가상망으로 나눠 서비스별 특성에 맞는 품질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재난통신에는 우선 접속 기능을, 자율주행·원격제어 서비스에는 초저지연 특성을 제공할 수 있어 5G의 핵심 수익모델로 꼽힌다.
관건은 소비자 서비스 영역으로의 확대 여부다. 앞으로 영상통화 품질을 보장하거나 클라우드게임 이용자에게 초저지연 환경을 제공하는 상품, 대형 공연장이나 스포츠 경기장에서 안정적인 연결 품질을 보장하는 프리미엄 서비스 등이 등장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서비스가 현행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상 허용 가능한 특수서비스에 해당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공공안전과 원격의료 등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 보장이 필요한 서비스에 한해 예외적으로 특수서비스를 허용한다. 그러나 대부분 공공·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설계된 만큼 소비자 대상 슬라이싱 서비스까지 포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상용화 사례가 등장했다. 인도 바르티 에어텔은 혼잡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품질을 제공하는 소비자용 5G 슬라이싱 서비스 'Priority Postpaid'를 출시했다.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와 에릭슨이 포뮬러원(F1) 경기장에서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활용해 중계, 관중 서비스, 운영 시스템 등을 각각 다른 가상망으로 분리해 운영하는 실증을 진행했다. 수만 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환경에서도 서비스별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통신업계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정체된 5G 수익성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단순 속도 경쟁을 넘어 서비스별 품질을 차별화한 맞춤형 상품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코어망 신규 구축에 따른 투자 부담과 이를 수익으로 연결할 '킬러 서비스' 부재는 과제로 꼽힌다. 기업용(B2B) 시장이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않을 경우 투자 대비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긴급구조 통신 우선전송 서비스 사례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반 서비스도 규제 틀 안에서 허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지만, 특수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해설이 나와야 한다"며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반 서비스가 일반 인터넷 서비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앞으로 관련 분야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