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파트에 진출하더라도 동일 업종에 중국 대기업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규모의 경제나 인프라 차이 때문에 중국 기업과의 서비스 경쟁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권용현 LG유플러스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은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국민경제자문회의 'AX 도전과 대응: 혁신·성장·포용을 위한 국가전략'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AI 주권을 넘어, 기업 경쟁력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권 부문장은 기업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우선 토큰 수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권 부문장은 "토큰을 경쟁사보다 비싸게 수급하거나 처리 속도가 느리면 AI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문제가 많다"며 "실제로 많은 기술·금융 기업이 몇백억 단위의 토큰 비용을 쓰는데, 이 비용을 낮추지 못하면 AI 경쟁력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권 부문장은 AI 모델과 인프라 구축 비용이 전체 AI 서비스 구축 비용의 50~70%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천문학적인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 미국 기업과의 경쟁이 버거운 상황이라며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권 부문장은 "스페이스X는 매출이 미비한 상태에서도 화성으로 물건을 나르는 프로젝트에 나사로부터 조 단위 지원을 받는다"며 "중국 전장 기업은 LG전자보다 훨씬 단가가 저렴한데, 이면에 정부 지원이 있다"고 했다.
다음으로 △기반 인프라 △전략적 자본 배치 △시장 수요 창출 △제도 및 가이드라인 등 4가지 병목을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우선 전체 구축 비용의 50~60%, 많게는 70%를 차지하는 인프라다. 권 부문장은 "인프라 병목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미국은 민간이 나서더라도 문제를 해결한다"며 "데이터센터를 만들 부지나 전력이 없으면 미국은 민간이 발전소를 짓거나 전력을 연결해서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전략적 자본 배치는 AI를 구축하기 위한 '풀 스택'을 갖추기 위해 전 영역에서 강력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마이크로소프트가 10년간 데이터센터에 800조원을 쓰겠다고 했듯, 충분한 시장 수요가 확보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부문장은 "AI는 10억, 20억짜리 사업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달려들어야 승부를 볼 수 있는 부문"이라며 "미국 정부가 스페이스X나 팔란티어처럼 돈벌이가 안 되는 기업에 10년간 매출을 만들어준 것처럼 정부가 먼저 기술을 발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규제를 줄이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LG유플러스가 AI를 사용하는 국내 기업 100개 사를 상대로 지난 9~16일 설문 조사한 결과 66개 기업이 최근 3년간 AI 투자를 많이 한 영역으로 '업무 효율화'를 꼽았다. 매출 증대를 위한 공격적 투자보다는 리스크가 적은 내부 효율화 중심의 실용적 투자에 치중했다는 뜻이다.
권 부문장은 "성장은 기업의 숙명인데 규제와 제도 문제 때문에 어렵다"며 "AI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서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실험적인 분야인데, 규제 때문에 다른 나라가 이미 한 도전을 따라 하는 식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