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사들의 시선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 일대에서 열린 '애니메 엑스포 2026'에는 스마일게이트·넥슨·넷마블·시프트업이 나란히 부스를 차렸다.
애니메 엑스포는 일본 대중문화를 다루는 북미 최대 행사로, 올해 35회째를 맞아 400개 이상 전시업체가 참가했다. 지난해(2025년) 행사는 65개국 이상에서 41만명 이상이 다녀가며 역대 최다 관객을 기록했고 경제 파급효과가 1억1000만달러에 달했다. 올해 최종 공식 집계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못지않은 인파가 몰린 것으로 전해진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번이 첫 참가다. 신작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카제나)'와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미래시)'를 들고 나왔다. 미래시는 웨스트홀에 북미 최초 게임 시연존과 4면 LED 체험존을 꾸렸다. 평균 3시간 대기줄이 늘어섰다. 카제나는 사우스홀 로비에서 카드 굿즈 수집 이벤트와 개발자 사인회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마다 중요한 시장이 다르다"며 "콘솔은 북미, 서브컬처는 일본 선호가 강했지만 애니메를 좋아하는 북미 팬들이 서브컬처 게임도 함께 즐기는 흐름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 카제나는 지난해 10월 출시 후 두 달여 만에 누적매출 2600만달러(약 391억원)를 올렸다. 국가별 매출 비중은 미국이 25.5%로 일본(25%)·한국(15.1%)을 앞선 1위였다.
시프트업이 개발한 '승리의 여신: 니케'도 최근(3.5주년 기준) 글로벌 누적매출 13억달러(약 1조 9544억원)를 넘겼다. 매출 비중은 일본 48.3%·한국 19%·미국 17.3% 순이다. 여전히 일본이 최대 시장이지만 미국이 한국에 근접한 2위권으로 올라선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애니메를 즐기는 미국 성인 비율은 2020년 10%에서 2025년 22%로 늘었다. 애니메 전문 스트리밍 크런치롤 구독자도 2021년 500만명에서 올해 5월 2100만명을 넘어섰다.
넥슨은 국내 게임사 중 유일하게 메인 전시장 사우스홀에 부스를 마련, '블루 아카이브'와 신작 '프로젝트 RX'를 선보였다. 프로젝트 RX는 북미 최초 공개작이었고 굿즈는 첫날 매진됐다.
넷마블은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 신규 영상을 처음 공개하며 주요 캐릭터 영어 더빙에 할리우드 성우 트로이 베이커(더 라스트 오브 어스 '조엘' 역)를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9월 중 추가 발표도 예고했다. 니케는 이번이 3년 연속 참가로, 초청 코스플레이어 13명과 커뮤니티 참가자 25명이 함께한 행사를 열었다.
한국 서브컬처 게임 시장은 2018~2023년 연평균 16.7%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게임 시장 성장률(5.2%)의 세 배를 웃돌았다. 글로벌 서브컬처 게임 시장도 2023년 209억달러에서 2031년 485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서브컬처 게임은 특정 국가 마니아 장르가 아니라 글로벌 팬덤 비즈니스에 가깝다"며 "북미 행사는 다운로드·매출 지표만으로는 안 보이는 IP 확장 가능성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무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