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빨리 바뀌는데"…눈가린 네이버, 감가상각 '5년→6년'

김평화 기자, 이찬종 기자
2026.08.08 10:00

네이버, GPU 감가상각 5년→6년 늘려 장부 비용 연 1000억 뒤로
카카오는 "대규모 자체 인프라 투자 안 해"…엇갈린 선택

(샌프란시스코(미국)=뉴스1) 허경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드웨이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6.7.2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샌프란시스코(미국)=뉴스1) 허경 기자

AI 인프라 사업은 돈이 먼저 나간다. 비싼 GPU와 서버를 사고 데이터센터를 지어야 한다.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네이버는 지금 AI로 큰 수익을 거두기보다 미래 수익을 위해 비용을 부담하는 단계다.

네이버(NAVER)의 투자 속도는 가파르다. 지난 1월 엔비디아 B200 GPU 4000장으로 AI 컴퓨팅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엔비디아·브룩필드와는 세종 데이터센터의 AI 팩토리를 초기 55MW에서 2028년 200MW로 확대하기로 했다. 엔비디아 GPU 약 10만장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네이버는 지난해 설비투자 1조3171억원 중 약 88%를 데이터센터 서버·비품에 사용했다. 잉여현금흐름은 올해 1분기 3200억원에서 2분기 460억원으로 줄었다. AI 투자 성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매 분기 영업이익은 시장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네이버는 7일 실적을 발표하며 GPU와 CPU 등 컴퓨터 장비의 감가상각기간을 5년에서 6년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장비를 더 오래 사용한다고 계산하면 매년 비용으로 처리하는 금액이 줄어든다. 이번 변경으로 연간 약 1000억원의 비용 인식이 뒤로 미뤄진다.

실제로 나가는 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미 산 GPU의 가격도 달라지지 않는다. 장비 값을 5년이 아닌 6년에 나눠 처리하면서 현재 실적에 잡히는 비용이 줄고 영업이익이 높아졌다. AI 투자 청구서를 더 오랜 기간에 걸쳐 나눠 받는 셈이다. 네이버의 2분기 영업이익은 520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2% 감소했다. 감가상각기간 변경이 없었다면 감소폭이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의 행보와 정반대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6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AI 인프라 사업에 적극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델과 서비스에 집중하고 대규모 인프라는 외부 사업자와의 협력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카카오가 GPU 사용을 중단한다는 뜻은 아니다. 정부 GPU 확보 사업을 수행하고 자체 데이터센터도 운영한다. 다만 GPU 세대교체 속도와 투자 부담을 고려해 대규모 장비를 직접 소유하는 방식에는 신중하겠다는 것이다.

GPU는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성능과 전력 효율이 크게 개선된다. 최신 GPU를 도입해도 더 빠르고 전기를 덜 쓰는 제품이 금방 나온다. 카카오가 대규모 투자를 꺼리는 이유다.

아마존은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일부의 사용기간을 6년에서 5년으로 줄였다. AI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졌다는 이유다. 네이버는 반대로 장비의 회계상 수명을 늘렸다. 기술 교체 주기는 짧아지는데 장부에 적는 사용기간은 길어진 것. 네이버는 실제 장비 사용기간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공격적인 투자를 선택한 네이버는 오히려 장비를 1년 더 쓰겠다고 계산했다. 구형 GPU도 검색이나 AI 추론 서비스에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만큼 6년이라는 판단 자체가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네이버의 GPU가 정말 6년 동안 경제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아니면 AI 투자 청구서를 뒤로 미룬 것인지는 앞으로 나올 실적 숫자에서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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