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광풍이 불던 2022년, 정부는 메타버스 서비스와 게임의 경계를 정하겠다고 나섰다. 메타버스 서비스 전체를 게임으로 볼지, 그 안에 들어 있는 게임 콘텐츠만 따로 심사할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논쟁의 중심에 있던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는 이용자가 가상공간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아바타와 콘텐츠를 만드는 서비스다. 그 안에는 단순한 모임 공간뿐 아니라 총싸움, 역할수행게임 등 게임 콘텐츠도 있었다. 2022년 국정감사에서 네이버제트는 제페토에 등록된 약 4만개 콘텐츠 중 게임 요소가 있는 콘텐츠가 52개라고 밝혔다. 이 52개가 실제로 등급분류를 받지는 않았다.
정부는 제페토 같은 '커뮤니티형 메타버스' 전체는 게임물 등급분류 대상에서 제외하고, 내부에 게임사가 만든 게임물이 있다면 해당 콘텐츠만 별도로 등급분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부처 간 이견과 업계 반발이 이어졌다. 정부는 2024년에도 메타버스와 게임을 구분할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도 최종 기준은 확인되지 않는다.
메타버스에서 풀지 못한 문제가 AI 채팅앱에 다시 나타났다. AI 캐릭터와 대화하는 기능은 미소녀 등 가상 캐릭터와 대화하며 육성·교감하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미연시) 게임 장르와 유사하다. 특히 여기에 주사위 판정과 순위, 배지, 유료 재화, 확률에 따른 성공과 실패까지 붙으면 게임과의 경계가 더 흐려진다.
AI 채팅앱 '크랙'에서 지난해 12월 진행한 '크래커 굽기'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이용자가 유료 재화인 크래커를 걸면 확률에 따라 2~100배를 얻거나 전부 잃는 이벤트였다. 일반적인 AI 대화와 유료 재화를 거는 확률 이벤트가 하나의 앱 안에서 함께 운영됐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AI와 대화하는 기능만으로는 게임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유료 재화를 사용하고 확률에 따라 결과와 재화의 획득·손실이 결정되면 게임물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산상 이익과 손실이 발생하면 사행성게임물인지도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사업자의 분류와 국가기관의 판단 사이에는 빈 공간이 있다. 사업자가 서비스를 게임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앱으로 출시하면 게임물 등급분류를 신청하지 않는다. 이후 게임위가 게임물로 의심되는 콘텐츠를 발견하거나 신고·민원을 접수해야 실제 서비스 내용을 확인한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는 게임물인지 판단할 기회가 없는 셈이다.
AI 채팅앱 전체를 게임으로 규정하는 대신 서비스 안에서 게임처럼 작동하는 부분만 골라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정한 목표와 규칙이 있는지, 확률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지, 유료 재화를 얻거나 잃을 수 있는지, 순위와 보상으로 반복 참여를 유도하는지 등이 기준이 될 수 있다.
누가 먼저 판단할지도 정해야 한다. 게임성이 의심되는 기능은 게임위가 1차로 판단하고, 청소년 보호와 선정성 문제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이어서 살펴보는 방식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에게 게임형 모드와 이벤트의 규칙·확률·재화 흐름을 제출하고 운영 기록을 보관하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라며 "실제 기능이 게임처럼 작동하는지를 판단할 기준과 담당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