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창업 성패는 '기획'…연구자가 기업가로 거듭나야 기술이 산다"

제주=류준영 기자
2026.09.11 06:00

박성용 아이피온 대표, '메디테크 2026' 인사이트 세미나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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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 아이피온(IPON)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의료기술 사업화의 성패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창업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서 갈립니다."

박성용 아이피온(IPON) 대표는 10일 제주 메종글래드에서 열린 의료기기·헬스케어 기술사업화 행사 '2026 제4회 메디테크(MEDITEK)' 세미나에서 '의료분야 창업, 왜 기획이 먼저인가'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아이피온은 2012년 12월 설립된 산업통상자원부 지정 사업화 전문회사다. 20년 차 변리사인 박 대표가 이끌며 기술 보유 기업의 사업화 전략 수립과 특허·지식재산권(IP) 관리, 창업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 와이드앤파트너스와 연계해 초기 창업기업의 투자유치도 돕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기술창업의 특성과 시장·환경 분석, 비즈니스 모델 설계, 투자유치 전략 등 연구자 출신 창업가가 사업화 과정에서 거쳐야 할 단계를 짚었다.

그는 먼저 기술창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보유 기술의 시장 적합성 △지식재산권(IP) 보호 △기술과 비즈니스 역량을 갖춘 팀 구성 △자금 확보 및 정부·민간 초기 지원 활용 능력 △기술검증(PoC)을 통한 사업화 역량 등을 꼽았다.

국내 교수·연구자 창업 성공 사례로는 △망고부스트원프레딕트에스엠랩 △레인보우로보틱스 △크립토랩토모큐브 등을 제시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으로 연구자 개인의 창업에서 출발해 팀을 구성하고 연구소기업·기술지주회사 등 제도적 기반을 활용했으며, 벤처캐피탈(VC) 투자와 정부 지원, 산학협력 등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고 설명했다. 기술 경쟁력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병행한 점도 공통적인 특징으로 꼽았다. 박 대표는 "연구자에서 기업가로 성장해야 기술의 가치가 비로소 시장에서 실현된다"며 "사업화·조직화·시장화 역량과 실행력, 시장 지향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2세대 홀로토모그래피 원천기술로 주목받은 토모큐브 창업자 박용근 KAIST 물리학과 교수의 사례도 소개했다. 박 대표는 이를 통해 "'어떻게'보다 '왜'를 앞세워 인류의 진보를 향해 나아간 태도가 기술창업가의 본질에 가깝다"고 말했다.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과정에서는 창업자의 경험과 강점, 세상의 문제의식이 만나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창업자·사용자 가치·시장 규모라는 세 요소가 맞물려야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것인지가 명확해진다"며 "문제 정의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는 고객을 보다 세분화해 정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B2B(기업간 거래) 중심의 의료산업 특성상 최종 사용자와 실제 구매 결정자, 최종 수혜자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상진단 AI의 경우 환자가 최종 수혜자라면 의사·간호사는 사용자, 병원장이나 구매팀은 구매 결정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부터 각각의 고객이 누구인지,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연구 성과는 기술적 우수성만으로 시장에서 성공하지 않는다"며 "'왜 이 기술이어야 하는가'를 투자자와 고객, 파트너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투자시장에 대해서는 냉정한 진단을 내놨다. 그는 "최근 벤처투자는 투자 건수는 줄어도 금액 감소폭은 제한적이며, 검증된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공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화 우수 사례도 소개했다.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 기업 '써로스코프'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와 서울대병원 등이 참여한 학생·전문의(MD) 기획형 창업 모델로 출발했다. 국내 혁신의료기기 허가를 마치고 미국 임상과 유럽 의료기기 규정(MDR) 인증을 추진하는 한편 약 40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방사성의약품 기반 신약개발 기업 '브이에스팜텍'은 한국원자력의학원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공공기술을 이전받아 경영인·출연연 기획형으로 창업한 사례다. 누적 1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존슨앤드존슨(J&J) 이노베이션에 선정되고 글로벌 임상 1상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다.

박 대표는 강연을 마치며 기술창업에서 '기획'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기술창업은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시장과 정책 환경을 분석하며 비즈니스 모델과 투자 스토리를 설계하는 일련의 '기획'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험실의 성과가 시장의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자가 던져야 할 첫 질문은 '이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가'가 아니라 '이 기술로 누구의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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