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전 주시경 선생과 제자들이 한 자 한 자 모은 우리말 사전 원고 '말모이'가 AI(인공지능)를 통해 글꼴로 다시 태어났다. 사전 속에 남아 있지만 일상에서는 낯설어진 '윤슬', '숫눈', '볼우물' 같은 순우리말도 AI가 다시 찾아냈다.
SK텔레콤은 국립국어원·국립한글박물관과 함께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하는 '2026 말모이'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7일 밝혔다. 글과 소리로 남은 우리말 기록을 AI로 분석해 일상에서 다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SKT는 말모이 전체 스캔본과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우리말샘을 자체 AI 파운데이션 모델 'A.X K2'로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말모이체'를 제작하고 국립국어원 검수를 거쳐 '인공지능이 모은 아름다운 순우리말 100'도 선정했다. 결과물은 8일부터 공개한다.
말모이체는 원고에 남아 있는 'ㄱ(갈죽)' 설명에서 출발했다. A.X K2가 원고 속 글자를 이미지로 분석해 자음과 모음의 형태를 정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서체를 완성했다. 글꼴은 한글학회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AI는 사전 속에서 일상과 멀어진 고유어를 다시 찾는 데도 활용됐다.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에 수록된 단어 가운데 뜻풀이에 서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심상이 담겼는지, 지금 사용해도 어색하지 않은지, 제목·이름·자막 등에 활용할 수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100개를 추렸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윤슬', 눈이 내려 쌓인 그대로의 깨끗한 눈을 의미하는 '숫눈', 서로 낯이나 익힐 정도로 아는 사이를 뜻하는 '풋낯', 보조개를 뜻하는 '볼우물' 등이 포함됐다. SKT는 순우리말 100선을 책자로 제작해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한다.
100년 전의 '소리'도 되살린다. SKT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한글학자 이극로 선생의 육성 녹음을 활용해 말모이 원고와 연결한 캠페인 영상을 제작했다. 영상은 7일 SKT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된다. 이극로 선생은 조선어학회 간사장으로 '조선말 큰사전' 편찬을 이끌었다.
일반 이용자도 말모이에 참여할 수 있다. SKT는 공식 SNS를 통해 지역 사투리와 세대별 신조어를 소개하고 이용자들이 오늘의 우리말을 함께 모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승열 SKT 전략Comm실장은 "100여 년 전 선조들이 모은 우리말을 AI로 이어 쓰고 누구나 쓰는 글꼴과 말로 나눌 수 있도록 이번 캠페인을 마련했다"며 "AI가 우리말과 우리 문화의 가치를 지키는 데 쓰일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