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불법 사이트 직접 해킹해 폐쇄"…'합법적 해킹' 진짜 가능할까

이정현 기자
2026.10.12 15:17
합법적 해킹 실제로 가능할까/그래픽=김지영

"합법적인 폐쇄 차단이 불가능할 경우 초국가범죄 담당 기관들에게 물리적 파괴 폐쇄조치를 단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이른바 '합법적 해킹'을 공론화했다. 불법 사이트를 직접 해킹해 원본 데이터를 삭제하도록 명령했다는 것이다. IT 업계에서는 법적 근거 마련과 해외 공조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정부는 성 착취물이 공유되거나 불법 도박이 행해지는 등 불법 사이트의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접속을 차단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불법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일시적인 조치에 그친다. 정부가 해외 호스팅 사업자들과 협조해 차단을 시도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공론화한 합법적 해킹은 성평등가족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추진 중인 능동적 방어 제도 도입 검토를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은 지난 8월 수사기관의 사이트 직접 접속을 통한 수사단서 수집 및 원본 데이터 삭제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신속하게 중단할 수 있는 능동적 방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범죄 환경 분석 △기술적 대응 방안 모색 △법리적 타당성 검토 △법제 개선방안 제시 등 연구용역 및 근거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한 수사 정보 확보 등 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미 FBI(연방수사국), HSI(국토안보수사국) 등 외국 수사기관 및 인터폴 같은 국제기구와 공조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또 미 NCMEC(실종·학대아방지센터), CRC(아동구조연합) 등에서 정보를 받아 불법 사이트 운영자급 인지 수사에도 활용하겠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사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호주의 경우 수사기관이 범죄 인프라를 식별·교란해 범죄행위를 예방·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했다. 여기에는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를 추가, 복사, 삭제, 변경할 수 있게 하는 권한 △온라인 범죄 네트워크 인프라를 탐색하고 식별하기 위한 정보수집 권한 △온라인 계정을 장악하고 계정 보유자의 접근을 배제할 수 있게 하는 권한 등이 포함된다. 영국도 수사권한법에서 △원격접속침투 △시스템의 수정·통제 등을 모두 보장한다.

국내 보안 업계에서는 이런 합법적 해킹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실효성도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공격자의 서버와 인프라를 장악해 불법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다면 우회가 가능한 기존의 사이트 접속 차단 조치와는 다르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공격자에 대한 정보도 확보할 수 있어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합법적 해킹이 가능하다면 범죄 피해자 구제에 많은 도움이 되겠으나 실제로 시행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법적·기술적 검토와 연구는 물론 국제사회와의 공조 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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