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똑똑한 AI 인턴 1만명이 들어왔는데 출입증도, ERP 계정도, 결재 권한도 안 준 상황과 같습니다."
13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KOLON BENIT AX BOOST SUMMIT 2026'. 장재용 코오롱베니트 DX본부장이 기업들의 현재 AI 도입 상황을 이같이 비유했다. AI 모델은 충분히 좋아졌지만 정작 실제 업무를 맡길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얘기다. 이제 'AI를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회사 일이 어떻게 달라졌느냐'를 따져야 한다. 이날 코오롱베니트가 던진 화두다.
강이구 코오롱베니트 대표는 "AI가 사람보다 훨씬 잘하는 일이 있는 반면 사람의 경험과 판단이 더 중요한 일도 있다"며 "AI를 많이 쓰는 것보다 성과가 나는 곳에 제대로 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기존 업무에 AI라는 도구 하나만 얹어서는 큰 변화가 생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장 본부장은 기업마다 개념검증(PoC)이 쌓여가는 상황을 'AI 박물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PoC가 너무 많아지면 회사가 AI 박물관이 된다"며 "실제 AX는 PoC 다음부터"라고 강조했다. 시스템 권한을 연결하고 업무 규정을 반영하며 운영비와 담당 조직까지 정해야 비로소 AI가 실제 일을 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성과를 보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장 본부장은 "AI 사용자가 3000명이 됐다는 보고보다 월말 결산이 사흘 빨라졌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좋은 AX는 재무팀도 반기는 프로젝트여야 한다"고 말했다. AI 투자 효과를 프로젝트가 끝난 뒤 계산할 게 아니라 시작 단계부터 측정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코오롱베니트는 이를 위해 △과제 선정 △인프라 구성 △업무 재설계 △조직 변화 △성과 측정 △운영까지 이어지는 6단계 AX 방법론을 제시했다. 장 본부장은 "GPU부터 사는 건 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헬스장 건물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며 필요한 만큼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를 조합해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홍성화 코오롱인더스트리 AX Innovation 센터장은 원가 경쟁과 공급과잉, 공급망 리스크로 석유화학·소재 산업의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다며 AI 도입 건수보다 '어떤 가치를 만들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가치·KPI, 데이터, 프로세스, 아키텍처, 인재, 조직 등 6개 관점에서 AX를 추진하고 있다.
성과도 구체적이다. 선적서류 자동화 에이전트를 적용해 건당 처리 시간을 기존 4시간에서 5초로 줄였고, 비전 AI를 활용한 판별 업무에서는 정확도 99.8%를 기록했다. 단순히 AI를 시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업무시간과 품질 지표를 바꾼 사례다.
이날 행사는 △Data & Analytics △AX Journey △Enterprise Service 등 3개 트랙 17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자연어 데이터 분석과 자율제조, 비전 AI, 기업용 AI 에이전트 관리, SAP 기반 ERP·HR·재무 혁신 등이 다뤄졌다. 행사장에는 AX 진단과 AI 기업 매칭, 정부지원사업 검토를 지원하는 'AXeed' 등 3개 테마 부스도 마련됐다.
강 대표는 "지난해 고객의 AX를 돕는 'AX Enabler'가 되겠다고 했다면 올해는 한 걸음 더 나가려 한다"며 "고객의 고민을 찾는 단계부터 실제 성과가 나는 단계까지 AX 여정 전체를 같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