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은퇴 PC', 회사 밖에서 '새 생명'…글로벌 진출까지 일석삼조

이찬종 기자
2026.10.17 06:07
게임업계 재생PC 사업/그래픽=김지영

국내 게임사에서 수명을 다한 '은퇴 PC'가 재생PC 기부 사업으로 회사 밖에서 '새 생명'을 얻는다. 게임사는 폐기물을 줄이고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면서 글로벌 진출에 이점을 얻을 수 있어 '일석삼조' 효과를 누린다.

17일 서울 성동구에 따르면 성수2가 제1동 뚝섬장학회는 지난달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에 '크래프톤 고사양 재생 PC 지원사업' 신청서를 제출했다. 재개발 밀집 구역 내 취약계층 아동의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크래프톤의 노후 PC를 재생해 제공하는 사업이다.

크래프톤은 2023년부터 한국IT복지진흥원,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 용인시사회복지협의회 등과 협업해 매년 100대 이상의 PC와 노트북을 정밀 수리해 서울, 경기, 대전, 부산 등 전국 사회복지기관에 전달했다.

개발, 운영, 테스트 등 업무에 쓰는 고사양 PC가 노후 문제로 업무에 쓰기 어려운 상태가 돼도 인터넷 강의 시청이나 문서 작성, 영상 편집 등 교육·사무용으로는 여전히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앞으로도 교체 대상 IT 장비를 재생해 지역사회 내 정보 소외계층과 취약계층에 전달할 계획"이라며 "자원 재사용을 촉진하고 정보 접근성 향상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꾸준히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는 2024년 '불용 PC 및 테스트용 휴대폰 기부' 사업을 시작해 첫해 77대, 지난해 90대 등 총 167대의 IT 기기를 기부했다. 회사는 사내에서 보조장비로 1차 재활용해 사용 기간을 최대한 연장한 뒤, 이후 불용장비라고 판단되면 'E-순환 거버넌스'를 통해 기부한다. E-순환 거버넌스는 수거한 폐전자제품을 분해·파쇄·분리해 재생 원료로 사용하는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넥슨은 2018년 사내 장기 보관 중이던 PC와 단말기를 임직원에게 판매해 그 수익금을 NGO(비정부기구) '팀앤팀 인터내셔널'에 전달하는 사업을 했다. 넥슨은 별도 기부금을 얹어 케냐 오지 마을에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는 우물을 지었다. 불용 스마트폰을 어린이 직업 체험에 활용하기도 했다.

게임사 일석삼조 효과를 누린다. 특히 한국 게임 시장 성장세 둔화로 글로벌 진출에 사활을 건 게임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필요한데, 이에 적합한 사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5월 발간한 '202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23조 851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20년 21.3%에 달했던 연간 성장률은 △2021년 11.2% △2022년 5.8% △2023년 3.4%로 낮아졌다.

블랙록, GPFG(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해외 주요 투자기관이 ESG 관련 위험을 투자 판단에 반영하는 만큼 해외 투자자 신뢰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ESG 사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해외 투자를 유치하거나 지속가능한 사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며 "최근 글로벌 진출을 시도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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