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26일부터 마스크 공적 판매를 시작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물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공적 판매처 앞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집단 감염' 우려까지 제기된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면마스크 사용을 권장하고 나섰지만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큰 시민들 입장에선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대구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대구 중구의 한 우체국에 마스크를 사러 온 A씨(53)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로 확인돼 격리됐다. A씨는 현장에서 즉각 격리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는 있었으나 A씨가 인파에 섞여 있었다는 점에서 집단 감염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적판매처에 인파가 몰리는 것은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전국 공적 판매처 대부분이 물량 부족을 우려한 시민들의 발걸음에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송파구 소재 한 약국 관계자는 "어제 오후 1시30분쯤 공적 판매용 마스크가 들어와 판매를 시작했다"며 "입고 소식이 알려지지 마나 시민들이 줄을 서기 시작해 금세 매진됐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19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당국이 여러 차례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인파가 밀집된 집회 등 장소를 피하라고 권해왔지만 정작 공적 판매처가 이를 부추기는 꼴이 됐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대기하던 시민 중 확진자가 있을 경우 밀접하게 접촉해서 장시간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공급량을 늘리고 판매처를 늘리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한시적으로 감염 우려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는 '면 마스크'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식약처는 지난 3일 마스크 수급 상황 정례브리핑을 통해 “면 마스크는 감염 우려가 높지 않거나 보건용 마스크가 없는 상황에서는 기침·재채기 등으로 인한 타인의 침방울이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정부가 마스크 부족 사태가 되자 말을 바꾸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2월 초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의료인의 경우 KF94, KF99를, 일반인의 경우 KF80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직접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거주하는 서모씨(39)는 "정부가 갑자기 면 마스크도 괜찮다고 하면 안심이 되겠나"라며 "보건용 마스크 확보가 어려우니 시민들에게 눈가리고 아웅 하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이르면 4일부터 마스크 제조사의 공적판매물량을 기존 50%에서 80%로 다시 긴급 상향 조정키로 했지만, 정부의 공급확대에도 시민들은 쉽게 의심을 풀지 못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유모씨(52)는 "어제(2일) 공영쇼핑에 전화를 120번을 걸었지만 마스크 구매에 결국 실패했다"며 차라리 주민센터에서 가구마다 마스크를 배포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렇게 허탕 칠 일도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