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이 중국 시장에서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내수 중심이던 중국 공장을 신흥국 대상 '글로벌 수출 허브'로 재정의한 데 이어 파격적 투자로 내수 반등을 도모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수소와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도 현지 기업과 협력을 확대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가속하고 있다.
2016년 180만 대에 달했던 중국 현지 판매량은 사드 사태와 현지 전기차 업체의 공세에 밀려 급감했다. 2025년 기준 현대차·기아 합산 판매량은 21만 1000대에 그쳤다. 이에 기아는 옌청 공장을 수출 거점으로 전환했고, 현대차는 베이징·충칭 공장 폐쇄와 매각을 거친 뒤 베이징자동차와 11억 달러를 공동 투자해 향후 5년간 중국 전용 신차 20종을 출시하기로 했다.
미래 기술 협업도 보다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싱크탱크인 HMG경영연구원은 최근 내부 보고서에서 중국이 자율주행 상업화에서 사실상 세계 선두에 올라섰다며, 제휴와 협력, 아웃소싱을 통해 현대차의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일 것을 제안했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의 80% 안팎을 차지하는 중국의 거대한 로봇 생태계도 활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같은 현대차의 행보는 미래 모빌리티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반영으로 보인다. 기술 유출과 공급망 종속이라는 비용을 동반할 수 있고, 안보·통상 리스크도 존재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CATL, 시노펙 등과 손잡으며 중국 생태계로 들어가는 것은 시장 확보와 기술경쟁력 유지라는 현실적 고민이 담긴 선택이다.
현대차의 재도전은 한국 제조업 전반이 직면한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중국 기술을 어디까지 활용하고 어디서 '디커플링'할지 가늠하는 테스트베드이기도 하다. 정부와 산업계는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거리를 둘 분야와 전략적으로 협업할 분야를 나눠 정교한 산업 지도를 그려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