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간암 면역항암제 건보적용…환자부담 年6600만→330만원

이창섭 기자
2022.05.04 15:14

간 세포 암을 치료하는 세계 최초·유일 면역항암제가 이달부터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는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이다. 간암은 사망률 1위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위험한 암인 만큼 환자 생존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 본인 부담도 연 6600만원에서 330만원으로 낮아진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10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로슈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이달 1일부터 확대하기로 의결했다.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과 병용으로 절제 불가능한 간암 치료에 적용된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암 사망률 1위와 2위는 각각 폐암과 간암이다. 2020년 폐암 사망자 수는 1만8673명으로 전체 암 사망자의 22.7%에 달한다. 간암 사망자는 1만565명으로 12.9%를 차지했다.

암세포 표면에는 'PD-L1'이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 몸의 면역세포 공격을 회피한다. 티쎈트릭은 PD-L1 단백질을 저해해 암세포가 면역 시스템을 피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처럼 우리 몸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을 죽이는 치료제를 면역항암제라고 한다.

아바스틴은 암세포 성장에 필수적인 산소와 영양분 공급을 억제하는 표적 치료제다. 암세포의 혈관내피세포에 결합해 성장을 억제한다. 티쎈트릭과 아바스틴 병용요법은 항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 간암 1차 치료에서 허가받은 세계 최초·유일 면역항암제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3상 임상시험에서 간암 표준치료제인 대조 약물(넥사바) 대비 환자 사망 위험을 42% 감소시켰다. 종양 크기 감소 정도를 나타내는 객관적 반응률도 27.3%로 대조 약물(11.9%)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유일한 간암 치료 면역항암제임에도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높은 치료 비용 때문에 처방이 쉽지 않았다. 비급여 시 연간 치료 비용은 약 6600만원이었다. 이달부터는 건강보험 급여 확대로 산정특례가 적용되면서 환자는 약값의 5%만 부담하면 된다. 약 330만원이다.

최혜진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이자 사회경제적 중추 역할을 하는 40·50대의 주요한 사망 원인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손실이 심각하다"며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간암 1차 치료는 환자 전신 상태와 간 기능을 비교적 양호한 단계로 만들어 생존기간을 늘리고 삶의 질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10여 년 만에 효과적인 간암 치료제 등장으로 치료 환경이 개선됐으나 급여가 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급여 확대로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티쎈트릭은 이달부터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단독요법에도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기존에는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에만 급여가 적용됐다. 구체적으로 PD-L1 단백질이 발현했으며 EGFR 또는 ALK 유전자 변이가 없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적용된다.

임상 3상 연구에 의하면 티쎈트릭 단독 치료를 받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은 평균 20.2개월이었다. 항암 화학요법 치료군(13.1개월)보다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인 것이다.

이번 급여 확대로 티쎈트릭이 면역항암제 부동의 1위인 키트루다와의 격차를 좁힐지 주목된다. 키트루다는 티쎈트릭보다 앞서 지난 3월부터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로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지난해 키트루다 국내 처방액은 약 2000억원에 달하며 글로벌 매출은 178억 달러(약 22.5조원)다.

김혜련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티쎈트릭과 키트루다 임상 연구를 비교했을 때 두 약물은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며 "두 약제의 우위를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암 진단 장비 차이로 소수 환자에게는 티쎈트릭의 이점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기존 진단 장비에는 잡히지 않는 PD-L1 고발현 환자군이 약 9% 있으며, 이들이 티쎈트릭을 처방하기 위한 로슈의 비소세포폐암 진단 장비에서만 식별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환자들에게는 티쎈트릭 급여 적용 확대가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서 면역항암제 처방 기회를 확대해준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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