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탈모약 1위 프로페시아에 "자살 부작용 표시해라"

이창섭 기자
2022.06.13 15:07

미국에서 탈모약 '프로페시아'와 이 약의 제네릭(복제약)의 부작용 목록에 '자살 위험'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같은 내용의 경고 문구를 넣도록 프로페시아와 복제약 제조사에 요구했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프로페시아의 자살 위험 경고 문구를 넣도록 규제하지만 미국 규제당국이 해당 위험을 명시하도록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페시아는 경구용 탈모 치료제다. 주성분은 5알파 환원효소를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다. 본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연구 과정에서 모발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발견됐다. 같은 성분의 복제약이 시장에 많이 나와 있지만 탈모인에게는 프로페시아가 가장 유명하다.

남성형 탈모의 주원인은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 환원효소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바뀌는 것이다. 피나스테리드 등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는 이를 막아 탈모를 치료한다. 하지만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한 환자에게서 자살 가능성과 우울증이 크게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면서 부작용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피나스테리드 부작용 환자 단체(Post-Finasteride Syndrome Foundation)는 FDA에 프로페시아 판매를 중단하거나 더 강력한 경고 문구를 삽입해줄 것을 청원했다. 이에 FDA는 프로페시아와 자살 위험 등 부작용과의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몇몇 보고된 환자 사례를 참고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

기존에는 성기능 장애와 우울감이 프로페시아 부작용 경고 문구에 등장한다. 실제 프로페시아 약물 설명서를 보면 '성욕 감소(decrease in sex drive)', '발기 부전(trouble getting or keeping an erection)', '우울감(depression)' 등이 부작용으로 언급된다. 여기에 FDA가 '자살 생각과 행동(suicidal ideation and behavior)'을 추가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프로페시아는 글로벌 제약사 MSD로부터 분사한 오가논(Organon)이 판매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오가논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프로페시아의 안전성과 효능을 지지한다"며 해당 이슈 해결을 위해 FDA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지난해 MSD와 FDA가 프로페시아의 자살 위험 부작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은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09년 MSD는 내부적으로 프로페시아 복용 후 자살 생각 등의 부작용 발생 사례를 200건 이상 확인했다.

2011년 FDA는 자살 생각 등이 발생할 확률이 적다는 MSD 측 설명을 받아들여 당시에는 경고 문구에 해당 부작용을 추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FDA도 프로페시아와 그 복제약을 복용한 환자에게서 자살 생각 등 부작용 발생을 700건 이상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 부작용에 대한 경고가 삽입될 경우 관련 제품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배제할 수 없을 보인다.

다만 이번 FDA 결정이 실제 탈모 치료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규제당국이 피나스테리드와 자살 생각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탈모 자체가 낮은 자신감과 우울증을 유발하기에 일부 사례를 치료제 부작용으로 연결하기에는 어렵다"는 반박도 나온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해당 부작용이 환자에게 안내되고 있다. 유럽 보건당국은 피나스테리드 성분과 우울감·자살 생각 등의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경고 문구를 넣도록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7년 '우울증 및 자살 생각을 포함한 기분 변형이 보고됐다'는 문구를 삽입하도록 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피나스테리드 성분 경구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는 1032억원이다. 프로페시아가 454억원 매출을 올려 압도적인 1위다. 나머지 578억원은 100여 개가 넘는 복제약들이 차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에서 탈모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23만4780명이다. 그러나 업계와 심평원은 잠재적 환자까지 합쳐 약 1000만명이 탈모를 겪을 것으로 추산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