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델타·오미크론이다" 최종 판정…'변이' 뜰때마다 제일 바쁜 이곳

오송(충북)=박다영 기자
2022.10.19 12:00
유천권 질병관리청 감염병진단분석국장이 설명하고 있다/사진=질병관리청

# 2019년 12월17일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원인불명감염병 태스크포스(TF)는 실험실에서 난상토론을 벌였다. '중국 운남성에서 원인불명 감염병에 걸려 귀국한 사람이 사망하게 된다'는 시나리오를 두고 진단과 역학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보름이 채 되지 않은 12월31일 중국 우한시에서 원인불명 폐렴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전 세계적 유행)의 시작이었다. 유천권 질병관리청 감염병진단분석국 국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운 좋게 맞아 떨어져 순식간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인불명 감염병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을 정했다. 앞서 발생했던 사스, 메르스 등이 코로나 바이러스종이었기 때문에 신종 감염병이 발생한다면 코로나가 신종으로 나타날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당시 TF는 토론 끝에 판코로나 분석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판코로나 분석법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특정하지는 못하지만 사스, 메르스 등을 포함해 6종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검출해내는 검사로, 음성이 나오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음이 확인된다. 미리 토론을 거친 덕에 2020년 1월20일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같은 달 24일 전국 지자체에 판코로나 검사법을 알렸다. 전 세계적으로 초기 대응이 빨랐다는 평가를 받았던 배경이다.

지난 18일 찾은 충북 청주 오송읍 질병관리청 곳곳에는 코로나19 국내 발생 10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방역 최전선에서 대응해 온 직원들의 노고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날 방문한 질병청 병원체 진단 실험실과 유전체 분석 실험실은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생한 이후 확진 판정을 맡았던 곳이다. 지금은 민간 의료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확진 판정을 하지만 초기 판코로나 검사를 할 때는 전국 지자체에서 의심환자의 검체를 채취해 질병청으로 보냈다.

병원체 진단 실험실에서 연구원이 검체를 처리하고 있다/사진=질병관리청

여기서 검체 전처리 과정을 거쳐 진단시약과 섞은 후 자동화장비 시스템을 통해 양성 여부를 보고 염기서열 시퀀싱(해독)을 거쳐 중국에서 발표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와 비교해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확인했다.

김은진 신종병원체분석과 과장은 "당시 모든 의심환자 검체가 질병청에 와서 염기서열 분석을 했다"며 "진단법이 민간에 확대되기 전인 (2020년) 2월 중순까지는 초주검이었다. 전 직원들이 12시간, 18시간은 기본으로 일했다"고 했다.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진단해내는 진단기기 등이 나오면서 검사법이 보편화되자, 변이가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 유행을 주도한 델타와 올 초 대유행을 불러온 오미크론 변이가 큰 영향을 미쳤다.

연구원이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있다/사진=질병관리청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할 때마다 유전체 분석 실험실이 바쁘게 움직였다. 질병청의 변이 분석 방법에는 전장유전체 분석, 타겟유전체 분석, 변이 PCR(유전자증폭) 분석 등 세 가지가 있다. 전장유전체 분석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3만개에 대해 모든 염기서열을 분석해 변이의 세부 계통까지 구분하는 방식이고, 타겟유전체 분석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붙어있는 스파이크 단백질 4000여개를 분석한다. 변이 PCR은 100~150개 유전자를 증폭한다.

분석하는 유전자 수가 많을수록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전장유전체 분석은 질병청의 코로나19 변이 분석의 핵심 역량이다.

전장유전체 분석은 염기서열 분석실에서 한다. 검체를 무작위로 수집하고 정리한 후 기기를 통해 리보핵산(RNA)을 추출하고 유전자를 증폭해 코로나19 특이 유전자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후에는 한 검체당 3만개 가량의 유전자를 300개 단위로 쪼개서 라벨을 붙여준다. 이는 도서관 책 서지붙이는 과정과 비슷해 '라이브러리 제작'이라고 부른다. 같은 검체의 라벨이 붙은 유전자가 동일한 특성을 가졌는지 품질관리(QC)를 한 후에 유전자별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장비를 통해 염기서열을 생성해낸다. 여기서 나온 데이터를 여러 프로그램에서 확인하면 바이러스의 세부 계통까지 알아낼 수 있다.

김 과장은 "(델타,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가 국내에 처음 등장했을 때 여기서 확인했다"며 "변이에 대한 최종 판정을 처음으로 내리는 곳"이라고 했다.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에서 연구자들이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질병관리청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을 알아내기 위한 실험은 생물안전 3등급(BL3) 연구시설에서 하고 있다. 생물안전연구시설은 1~4등급으로 나눠지는데 등급이 높을수록 위험한 병원체를 다루는 시설임을 의미한다. 3등급은 증상이 심각하지만 치료가 가능한 병원체로 코로나19 외에 사스, 메르스 등이 있다. 이 건물 실험실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배양해 바이러스의 각종 특성을 연구한다.

BL3 건물은 실험실 내부에 있는 감염성 물질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기류발생장치를 통한 음압을 기본 원칙으로 설계됐다. 음압은 기압차로 외부 공기는 들어오되 내부 공기가 나가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환기를 할 때는 시설 내 헤파필터가 감염성 에어로졸을 완전히 걸러서 내보내고, 폐기물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고압증기멸균기로 완전 멸균해 버린다. 연구자들은 실험실에 들어갈 때마다 전신보호복, 송풍형 호흡보호구 등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한다.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면 감염성 물질이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동시에 몸이 밀폐되기 때문에 피로도가 높아진다. 이 때문에 실험 시간을 3시간으로 권고한다. 실험실에서 특이사항이 있는 경우 즉각 대응하기 위해 통제실에서 실험실 내외부를 24시간 모니터링한다.

박민우 질병청 생물안전평가과 보건연구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성 분석 실험으로 예방접종 계획을 어떻게 짜야할지 등에 반영하고, 주요 변이에 대한 특성도 연구하고 있다"면서 "위험한 병원체를 취급하지만 1차 밀폐, 2차 음압으로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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