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줄면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 위험을 높여 노후의 질을 떨어뜨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근감소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최근 3년 새(2020~2022년) 약 56% 증가했다. 근감소증은 근골격계뿐만 아니라 당뇨병, 심혈관 질환, 우울증과 같은 질환의 발생 위험도 높인다. 그런데 근골격계 질환의 주요 치료제인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은 장기간·고용량 복용 시 근육을 위축해 근 감소를 일으킬 수 있다는 위험성이 보고된 바 있다. 부작용 없는 치료제의 연구가 활발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예로부터 발열·출혈·염증 등을 완화하는 데 사용돼 온 한약재인 사과락(絲瓜絡)이 몸 안에서 근육 형성을 촉진하고 근 위축을 막는다는 사실이 입증돼 주목된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소장 하인혁) 여창환 연구원 연구팀은 한약재인 '사과락'이 근육 형성을 촉진하고 근 위축을 방지한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관련 기전을 최초로 입증했다고 27일 밝혔다.
사과락은 박과의 수세미오이 열매에서 씨앗과 껍질을 제거해 말린 것으로 예로부터 발열·출혈·염증 등을 완화하는 데 사용됐다. 최근엔 사과락에 든 페놀산·플라보노이드 등 성분이 단백질 합성, 근육 성장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근위축증 치료제로서의 활용 가능성이 거론됐다.
이에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서 분리한 근육조직에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을 고용량 처리해 근 위축을 유도한 뒤 사과락 추출물을 100, 200, 400μg/㎖ 농도로 나눠 처리했다. 그 결과 사과락의 농도가 높을수록 근세포가 활성화했다. 사과락은 근세포의 생존율을 높여 세포 증식을 촉진했으며 덱사메타손으로 인한 근세포 사멸을 보호했다.
근육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근섬유를 형성하는 세포인 '근관 세포(Myotube)'의 크기·수가 사과락의 농도에 비례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먼저 덱사메타손을 처리하지 않은 세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는 실험군별 근관 세포의 평균 형성 정도를 비교했을 때, 사과락 추출물 농도가 가장 높은 400μg/㎖ 처리군이 미처리 군보다 2배 이상 개선됐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사과락이 근육의 형성·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후 덱사메타손을 처리한 실험에서는 사과락이 근 위축 유도 단백질 '아트로진-1(Atrogin-1)'과 'MuRF1(Muscle RING-finger protein-1)' 수치를 유의하게 억제하고, 줄어든 근관 세포의 크기와 수를 회복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과락 400μg/㎖ 처리군은 덱사메타손 처리군보다 근관 세포를 정상군과 비슷한 수준까지 개선했다. 이는 사과락이 근 위축에 대한 보호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해당 논문의 제1 저자인 여창환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사과락의 근 위축 보호 효과를 입증한 첫 번째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라며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과락의 효능이 향후 부작용 없는 근 위축 및 근 감소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논문은 SCI(E)급 국제학술지 '근육 연구와 세포 운동성 저널(Journal of Muscle Research and Cell Motilit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