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김 모 씨는 폐경을 겪으며 소변을 못 참는 증상이 심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외출할 때마다 화장실이 없을지 불안해한다. 병원을 찾은 김 씨는 의사에게 "물소리만 들어도 지릴 것 같다. 차가운 것만 만져도 팬티가 젖는다"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김 씨가 겪는 '과민성 방광'은 50대 이후 중장년층에 흔한 비뇨기계 질환이다. 방광이 좁아지거나 예민해져 약간의 소변만 모여도 요의를 느끼고 참기 어려워하는 병이다. 보통 △하루에 8회 이상 소변을 자주 보거나(빈뇨) △소변 참기가 힘들고(절박뇨) △화장실에 도착하기 전 실수하거나(절박성 요실금) △소변을 보려 잠에서 깨는 증상(야간뇨)을 보인다. 배뇨 시간이 10초 이내로 짧고 배뇨 후에도 잔뇨감과 불쾌감이 남는다.
정현철 강동성심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화장실에 가는 횟수보다 소변이 마려울 때 참지 못하고 급한 절박뇨, 절박성 요실금이 과민성 방광의 주요 특징"이라며 "겨울에는 추위로 방광 근육이 더 많이 수축하고, 여름과 달리 땀으로 배출되는 수분이 적어 환자가 더욱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 과민성 방광 유병률은 12.2%로 성인 10명 중 1명에게 발견되는 꽤 흔한 병이다. 여성 유병률이 14.3%로 남성(10%)보다 높다. 노화와 밀접한 병으로 여성은 폐경과 이로 인한 호르몬 변화, 남성은 전립선비대증이 과민성 방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외에 당뇨병과 척추질환으로 인한 신경 손상, 방광결석이나 방광암, 파킨슨병과 같은 질환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방광 용적은 400~500㏄로, 방광에 300㏄ 정도 소변이 차면 요의를 느낀다. 그런데 과민성 방광일 땐 방광 용적이 줄어들고 신경이 예민해져 적은 양의 소변만 차도 요의를 느낀다. 소변을 자주 보다 보니 '근육 덩어리'인 방광을 더 많이 쥐어짜게 되고, 이 과정에 근육이 더욱 두꺼워지면서 용적이 줄고 불안감이 심해져 방광을 과민하게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정 교수는 "과민성 방광이 너무 심한데 기저질환으로 오랜 시간 누워있거나, 인지능력 떨어진 경우라면 신장(콩팥)까지 망가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민성 방광은 주로 '과민성 방광 증상 점수 설문지'(OABSS)와 병력 청취를 통해 치료 여부를 판단한다. 방광 두께를 확인하는 초음파나 CT 검사, 요도를 통해 카테터를 주입하고 물을 주입해 압력을 체크하는 '요역동학검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만큼 치료 후에도 증상이 심해지는 환자에게 시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가장 많이 적용하는 치료법은 약물 복용이다. 소변을 저장·배출할 때 작용하는 근육(방광 평활근)의 수축을 억제하고 이완된 상태를 유지하는 스파스몰리트, 토비애즈 같은 항무스카린제(항콜린제)와 베타미가를 포함한 베타-3 효능제가 주로 쓰인다. 대부분 약만 써도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줄고 요실금이 좋아지지만 인지기능 장애, 고혈압 등 기저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의사와 상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약이 잘 듣지 않으면 근육을 마비시키는 '보톡스'를 방광에 주사하기도 하는데, 용량에 따라 근육 기능이 크게 떨어질 수 있고 효과가 6개월 안팎에 그쳐 보통 파킨슨병 환자 등에만 제한적으로 시행한다.
예민한 방광을 다스리려면 300㏄ 이상 찰 때까지 소변을 참는 '훈련'을 병행하는 게 좋다. 1~3주에 걸쳐 화장실에 가는 시간을 차츰 늘리면서 방광 근육을 적응시키는 방식이다. 이때 소변을 볼 때마다 시간, 용량, 증상 수준(급했는지 안 급했는지)을 기록하는 '배뇨일지'를 쓰면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정 교수는 "배뇨일지는 병을 진단하고 치료 효과를 가늠하는 것은 물론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데도 효과적"이라며 "환자 본인이 배뇨일지를 쓰면서 물이나 술,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게 원인이란 점을 파악해 조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단, 과민성 방광이 너무 심한 경우는 방광 훈련이 오히려 콩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약물을 복용하며 시행하는 게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