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증원책이 확정된 데 반발한 의사들이 6월부터 '큰 싸움'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의정 갈등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국민이 궁금해하는 의료사태의 문제점'에 대해 답변하면서 국민을 설득하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지난 30일 저녁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의사집단 촛불 집회에서 임현택 의협 회장은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의료 농단에 대한 큰 싸움을 시작한다"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이날 집회에선 의협이 현 의료대란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공개됐다. 이에 앞서 의협은 '의료사태 무엇이 문제인가요?'라는 대국민 질의응답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의협 콜센터를 통해 질문을 받아왔다.
과연 일반인이 의료대란 관련,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 의협은 어떤 대답을 내놨을까. 국민의 질문 4가지에 대한 의협의 대답을 들어본다.
의협 "밥그릇 지키기란 표현은 근거 없는 의대정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24시간 환자 곁에서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들에 대한 모독이고 폄훼다. 의료계는 진심으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일거에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는 너무도 단순하고 허황한 논리로 낙수효과가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의사 숫자가 늘면 소위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라 불리는 필수의료과로 가게 될까? 지역 의료공백지로 가게 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수도권 인기과의 포화상태만 가속할 것이다. 정부는 단순히 의사가 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근거 없이 국민을 속이고 있다. 필수의료 확충, 지역 간 의료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대정원 확대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될 것이다."
의협 "오히려 그 반대다. 정부는 '의사가 늘어도 의료비 부담은 늘지 않는다'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편다. 보건의료 지표 중 의료비(건보 재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의사 수'와 '병상 수'다. 건보 재정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의사 수를 대폭 늘리면 의료비는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건보 재정의 증가 추이와 재정 전망 등을 면밀히 분석해 검토해야 한다."
"과연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증원된 의사들이 필수의료에 종사할까?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증원을 추진하는 건 바람직한 정책 추진이 아니다. 필수의료에 의사 인력들이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인프라 구축, 유인책 마련 등을 통해 효율적인 의사 인력 재배치가 우선돼야 한다."
의협 "의학은 생명과 연관돼 있어 교육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갑작스러운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은 의료 교육 현장 인프라를 감당하지 못한다. 제반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교육 질 저하와 국민 건강에도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의학 교육은 책상만 놓고 수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학생 수만 무리하게 증원하면 교육 기회가 줄고, 부실 의사를 양성하고 만다. 의대 교육은 임상 교육이나 실습이 더 중요한데, 정부는 이를 어떻게 감당할지 의문이다. 우리 의료계 현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의대 정원 증원은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한민국 의료의 질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
의협 "응급실 뺑뺑이가 응급실 의사가 부족해서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죽음을 맞이하는 걸 일컬을까? 아니다. 우리나라는 '응급'이 아닌 '경증' 환자들이 응급실에 방문하는 비율이 높다. 응급실에 경증 환자들로 가득하다면 진짜 '응급' 환자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응급환자를 분류해 의료기관에 후송하는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는다면 응급실 의사가 아무리 늘더라도 중증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아 맴돌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