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상 서울대 교수 "비대면 원격임상으로 전통방식 한계 극복해야"

구단비 기자
2024.12.01 10:47

[임상 P1일담]②'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 부센터장' 유경상 교수 인터뷰

[편집자주] 전 세계 도시 중 임상 시험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은 바로 대한민국 서울입니다. 이곳에서 묵묵하게 연구하는 임상시험 책임자(PI) 덕분에 서울은 7년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임상강국 한국의 숨은 조력자, PI를 만나 임상 후일담을 들어봅니다.
유경상 서울대의대 임상약리학 교수/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임상 연구를 통해 신약이 잘 승인받아서 환자의 신약 접근성이 높아지는 게 저희 임상책임자(PI)의 보람이죠.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것도 굉장히 큰 보람이고 1년에 몇천명씩 진료할 수 있겠지만 신약이 승인되면 우리나라 환자, 나아가 전 세계 환자에게 오랫동안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일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습니다."

유경상 서울대의대 임상약리학 교수가 1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 부센터장을 맡고 있는 유 교수는 임상약리학 분야의 선도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국내 초기 임상시험 발전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세계 임상시험의 날을 기념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표창을 수여받기도 했다.

유 교수는 "임상은 국내 제약산업과 함께 성장해왔는데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 활성화도 큰 역할을 했다"며 "시험 하나에 수많은 전문가의 협업이 필요하다. 여러 임상책임자, 참여자들을 대표해 수상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매년 다수의 신약개발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관리하는 유 교수는 한국이 임상강국으로 우뚝 선 이유로 우수한 의료 인프라, 열정적인 의료진을 꼽았다. 또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코넥트·KoNECT),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등 정부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유경상 서울대의대 임상약리학 교수/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유 교수에게 '한국이 임상강국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어떤 점이 더 필요하냐'고 묻자 "건강한 사람의 임상시험 참여가 많아져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임상시험은 환자가 신약을 시도할 기회로 주로 알려져있지만 약리학적인 측면에선 건강자원자의 임상시험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해외에선 예전부터 건강한 사람이 임상시험에 참여해서 마치 헌혈처럼 공익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 신약이 개발되면 꼭 본인, 가족 등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혜택을 볼 수 있겠다는 공리적인 접근이 보편적인데 한국은 아직 시선이 좋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환자 중심의 임상시험이 되기 위해선 비대면, 원격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유 교수는 "원격 연구는 원격 진료와는 별개의 개념"이라며 "지방에서 오는 임상시험 참여자에게 옵션을 다양하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예를 들어 주기적인 채혈이나 임상시험 약을 처방받는 등 위험도가 낮은 부분만 제한적으로 시도해보자는 것이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미국, 호주 등에선 분산형 임상시험(DCT)이 많이 활성화됐다. 전통적인 임상시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환자가 꼭 임상시험 실시기관에 방문하지 않고 집 근처 의료기관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가임상시험재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제약사가 주도한 임상시험 점유율 국가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지만, DCT 활용도는 낮다. 2020년~2022년 단일국가 임상시험에서 한국의 DCT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DCT 선진국인 영국의 경우 12.8%에 달했다.

유 교수는 "여러 법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한 번에 하긴 어렵겠지만 규제 샌드박스처럼 시범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라며 "환자의 참여 기회를 늘리는 방법에서 접근하는 특별법 제안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지금 당장의 변화가 실무자 입장에선 원하지 않는 불편함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나중에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 '한국은 DCT가 되냐'고 물었을 때 '그렇지 않다'고 하면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선 '한국에서 임상은 나중에 생각해보자'며 밀릴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젠 식료품을 사러 꼭 마트에 가지 않고, 은행 계좌도 비대면으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이지 않냐. DCT 활용도 자연스러운 변화"라며 "DCT가 활성화되면 임상시험 참여자의 지역적 분포가 훨씬 다양해지고 지방 의료기관의 임상시험 참여 기회도 많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컷대-P1일담/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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