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아바타 쥐'로 돌연변이 유방암 새 치료법 제시

홍효진 기자
2025.08.14 11:08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연구진이 브라카(BRCA)1 돌연변이 유전자 변이로 유발되는 유방암의 발생과 진행을 억제할 새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14일 국립암센터는 김상수 방사선의학연구과 박사 연구팀이 브라카1 유전자 결실로 유발되는 유방암의 발생과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브라카1 단백질은 데옥시리보핵산(DNA) 손상 복구, 세포 주기 제어, 중심체 복제 및 세포 사멸과 같은 유전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종양 억제단백질이다.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유전성 유방암과 난소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카1 돌연변이가 있는 여성은 70세까지 유방암이 발생할 위험이 57%, 난소암이 발생할 위험이 40%로 보고된다. 이 돌연변이로 인한 유방암은 일반적으로 삼중 음성 유방암의 특성을 나타내고 공격적인 경향이 있어 예후가 좋지 않다. 삼중 음성 유방암은 세 가지 주요 수용체(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HER2 단백질)가 없는 유방암으로 치료가 까다롭고 재발 가능성이 높다. 이에 브라카1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에게는 정기적인 유방 검진과 함께 유방암 위험 감소를 위한 유방·난소절제 수술을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연구진은 2000년 초반부터 유전자적중방법을 이용, 쥐의 브라카1 유전자가 특이적으로 제거된 아바타 쥐를 통해 브라카1 결실 유방암을 연구해왔다. 아바타 쥐는 특정 암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쥐 모델로 적합한 항암 치료법 발굴과 치료 효과 예측에 이용되고 있다.

해당 실험용 쥐의 경우 브라카1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어 , 브라카1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유방암이 발생된다. 연구진은 발생된 유방암의 특성이 사람의 브라카1 돌연변이 유방암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브라카1 돌연변이 유방암의 예방과 치료에 적합한 표적을 발굴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연구진은 유방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에서 대사의 변화로 인해 암이 더 쉽게 악성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브라카1 돌연변이 아바타 쥐 모델을 사용해 대사 조절단백질인 '엠토르'(mTOR)가 브라카1 돌연변이 유방암 발생 및 진행에 미치는 영향을 유전적·약리학적 저해를 통해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엠토르 유전자를 없앤 브라카1 돌연변이 쥐에선 유선 발달이 억제되고 종양 형성률이 37.5%에서 6.9%로 감소했다. 또 엠토르 억제 약물인 에베로리무스를 15개월 장기간 투여했을 때 대조군(93%)에 비해 종양 발생률이 46%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미 유방암이 생긴 쥐에 엠토르 억제제를 투여하니 유의미하게 종양 진행이 억제되고 생존 기간이 연장됐다.

흥미로운 점은 동일한 브라카1 돌연변이를 가진 유방암이라 해도, 개체 간 에베로리무스에 대한 반응성에서 차이가 있었단 점이다. 연구진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암 조직으로 오믹스 분석을 수행, 류코트리엔-호중구 활성화가 약물 민감성과 내성의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류코트리엔은 우리 몸이 염증이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때 만들어지는 물질, 호중구는 몸에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가장 먼저 공격하는 백혈구의 한 종류다. 류코트리엔-호중구 활성화는 류코트리엔이 호중구를 자극해 더 강하게 반응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이 과정이 너무 과도하게 일어나면 염증이 심해지거나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김상수 박사는 "해당 연구는 브라카1 돌연변이 유방암의 예방과 치료 모두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표적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는 향후 엠토르 억제제의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생체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앞으로 후속 임상 연구를 통해 브라카1 돌연변이 보유 환자들에게 정밀의학 기반 맞춤 치료 전략 개발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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