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된 비대면 진료…대면 진료보다 수가 30% 높아, '건보 악영향' 우려

박미주 기자
2025.10.23 15:34

27일부터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시행 기관 제한돼
비대면 진료 월 건수, 전체 진료의 30% 초과 금지 적용도 재시행
비대면 진료 수가는 대면 진료의 130%…"비대면 수가, 대면 진료 대비 가산 부적절"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개편(안)/그래픽=윤선정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해제되면서 한시적으로 확대됐던 비대면 진료 허용 범위가 다시 축소됐다. 그간에는 비대면 진료에 별다른 제한이 없었는데 오는 27일부터는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월 비대면 진료 건수가 전체 진료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기준도 다시 시행된다.

희귀질환자, 1형 당뇨병 환자 등은 예외적으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 비대면 진료 대상 제한은 없어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다만 대면 진료 수가보다 30% 높게 책정된 비대면 진료 수가는 계속 유지된다. 이와 관련 비대면 진료 수가를 대면 진료 수가보다 낮게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단계가 해제됨에 따라오는 27일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기준을 변경해 적용한다고 23일 밝혔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코로나19 시기부터 약 5년 8개월 동안 시행 중이다.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2월23일부터 시범사업의 범위를 확대해 제한 없이 시행해왔다.

이후 의정갈등 사태가 잠잠해지고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해제되면서 다시 의원급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고, 비대면 진료 비율이 전체 진료의 3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시행하게 됐다.

복지부는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단계가 해제되더라도 국민들이 비대면 진료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기준을 변경하여 적용할 계획"이라며 "먼저 국민들의 비대면진료 이용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기준부터 우선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복지부는 일부 대상자에 대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이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희귀질환자, 1형 당뇨병 환자, 수술·치료 후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신체에 부착된 의료기기의 작동 상태 점검, 검사 결과 설명에 한함)다. 심각단계 이전에는 희귀질환자, 수술·치료 후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만 허용됐으나 최근 1형 당뇨병 환자단체에서 병원급의 비대면 진료 필요성을 강조해 1형 당뇨병 환자들에도 병원급 이상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초진인 경우도 비대면 진료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대상환자(초·재진 등) 범위의 경우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의료법' 개정안 에 맞춰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법 통과 이전까지는 제한 없이 초진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관련 현장 혼란 등을 고려해 11월 9일까지 2주간 계도기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의정갈등으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에서 발령한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해제된 지난 20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뉴시스

다만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의 수가를 대면 진료의 130%로 정한 기준은 변경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수가가 너무 높아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되고 있으며 수가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외 상당수 나라에서는 비대면 진료 수가를 대면 진료보다 높게 책정하지 않는다. 중국, 영국, 미국, 프랑스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 수가를 동등하게 적용 중이고, 호주와 일본은 비대면 진료 수가가 대면 진료 수가보다 낮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년 월간 보건복지포럼 '비대면 진료 국내 현황 및 국외 사례 : 일본과 프랑스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일본의 비대면 진료 초진료는 대면 초진료의 87% 수준이고, 프랑스는 100%다.

김대중 보사연 연구원은 "시범사업 단계에서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참여율을 높이도록 가산을 부여할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제도화가 진행되면 수가 가산이 필요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도 "의사가 직접 보고 문진하지 않는 비대면 진료 수가를 대면 진료보다 낮게 책정해야 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된다면 적절 지불 수준을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에선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 논의가 한창이다. 일각에선 이르면 다음 달 비대면 진료를 도입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비상진료체계 종료에 따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개편할 예정이나,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면서 "안정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국회 논의를 통해 제도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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