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사 단체 내 자율 규제를 통해 의료계 전체 질을 높여야 한단 목소리가 나왔다. 의료인 단체의 자체 징계 수준을 높여 전문면허를 관리하고 신뢰성을 강화하자는 주장이다. 다만 자율징계 권한이 주어졌을 때 징계 절차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세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13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관에서 서울시 의약단체 4곳(서울시의사회·서울시치과의사회·서울시한의사회·서울시약사회) 주관으로 열린 '의약인단체 자율정화기능 활성화 위한 토론회'에서 "세계의사회는 의료 전문가 주도의 자율 규제 체계를 '의료행위 표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담보하고 유지하는 데 필수'라고 보고 있다"며 "실제 자율정화가 제대로 이뤄지는 국가는 의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자율정화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면허 관리 등 징계 절차를 거쳐 스스로의 내부 규제를 강화하는 개념이다. 해외의 경우 높은 수준의 의료계 자율징계를 유지 중인 곳이 많다. 프랑스는 지역 면허기구에서 1심 징계를 맡고 이의 제기 시 국가면허기구(2심), 국가위원회(3심)로 넘어가는 구조다. 캐나다도 면허기구에서 면허취소와 면허정지, 성추행 전력이 있는 경우 진료 환자에 제약을 둘 수 있는 등의 면허 제약, 공개경고 및 서약 등으로 나눠 자체 징계가 이뤄진다.
영국의 경우 의사단체는 영국의사회, 영국의학협회로 나뉜다. 의사회는 의사 권익을 보호하는 임의단체로 가입·탈퇴가 자유롭고 고소·고발 법적 대응을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환자와 사회를 보호한단 개념으로 설립된 의학협회는 면허를 직접 관리하는 '법정단체'로 자체 1심 기능을 갖고 있다. 이사회는 의사 6명, 일반인 6명으로 구성되고 의사 면허를 보유한 이는 의무 가입해야 한다. 미국도 의사 50% 이상으로 구성된 주별 의사면허관리기구를 두고 면허 발급·등록, 민원 접수 및 조사·징계 조치 권한이 있다.
안 원장은 "서로 감싸는 분위기인 국내 의료계와는 달리, 해외는 자율 규제를 전문직 개인과 동료에 대한 책임감을 보호하는 조치로 인식한다"며 "최근 여러 (의정)사태로 의료계와 사회 간 신뢰가 많이 흐트러졌는데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해선 자율규제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의사 징계 체계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취소·자격정지 △복지부 장관 또는 관할지자체장의 의료업 정지·개설 허가 취소·의료기관 폐쇄·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 △의사회의 고발 또는 행정처분 의뢰·5000만원 이하의 위반금 부과 및 품위손상행위(의료법 66조1항1호)에 한해 자격정지 요구·전문가 평가제 등으로 구분돼 이뤄진다.
김형주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예문정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자격정지 처분 사유가 여러 개 있지만 의사회가 복지부에 요구할 수 있는 사유는 의료법상 66조1항1호로 한정돼 있다"며 "이 범위를 넓히고 자격 정지뿐 아니라 조사권 및 면허 취소 관련 부분도 단체에서 다룰 수 있도록 하는 등 자율징계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징계 절차의 객관성과 투명성 담보를 위해선 의료 단체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단 지적이 나왔다. 김 이사는 "자체 징계 시 징계 통계나 사유를 대한변호사협회처럼 주기적으로 공시해야 하고 의사와 외부인의 비율을 맞춘 징계결정위원회도 구성돼야 할 것"이라며 "자율정화는 의무 측면도 있다. 의료계 집단 내에서 만연한 '봐주기식' 문화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할 냉정한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서울시의사회는 2019년 5월부터 전문가평가단을 운영해 고발 1건, 행정처분 11건 경고 및 주의 등 37건, 나머지 혐의없음 등 현재까지 76건의 사건을 접수해 자율 처리한 바 있다"며 "앞으로 의약인 단체의 자율정화 기능이 활성화돼 국민건강을 지키는 토대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