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지역의사제'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의료계에선 위헌 소지와 정책 실효성 등을 문제 삼으며 반발하고 있지만 여권에서 법제화에 힘을 실어주면서 정부는 이르면 2027학년도 신입생부터 도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7일 정부·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오후 '지역의사 법안 공청회'를 열고 지역의사제 법제화를 논의했다. 이날 공청회엔 진술인으로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 김충기 의협 정책이사, 김유일 대한의학회 지역의료정책이사, 김영수 경상국립의대 예방의학교실 조교수, 박지용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등 의료계· 법조계 및 환자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지역의사제는 의대 신입생 중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뽑은 뒤 졸업 후 10년간 의료 취약지 등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게 하는 제도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데다 정부 국정과제에 지역·필수·공공의료 대책으로 포함되면서 당정이 입법 드라이브를 세게 걸고 있다. 현재 국회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김원이·강선우 의원,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지역의사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2027학년도, 늦어도 2028학년도부터 지역의사 선발전형을 도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는 정책 실효성 부족과 의사 기본권 침해 등을 문제 삼으며 반대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날 김성근 대변인은 공청회에서 "법안에 제시된 지역의사로 양성된 의사들이 근무할 기관과 역할, 근무지 이동 범위 등이 불명확하다"며 "어떤 지역의 특정 임상과 인력이 얼마나 부족하고 몇 년간 보충돼야 하는지 통계가 있어야 수요 분석이 가능한데 관련 자료가 전혀 없다. 지역소멸 관점에서 (정부·국회가) 공급 대책만 내놓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일 정책이사는 "지역의사와 거의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인력을 잘 활용하면 지역의사제 법안 내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며 "수련 과정까지 생각하면 지역의사제를 통한 혜택은 10년 뒤에야 제공되지만, 공보의 제도의 경우 복무 기간 축소 등 유인책을 높이면 3000명가량의 공보의를 확보해 전국 보건소·보건지소·의료원 인력을 채울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지역 의료계에선 지역의사제 도입을 찬성하는 의견도 나왔다. 김영수 교수는 "그동안 임상 경험이 전혀 없는 공보의가 보건소·보건지소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 관련 교육 없이 배치돼 왔다"며 "의료 취약지 배치 공보의제를 재검토하고 필요 역량을 갖춘 지역의사로 대체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용 교수는 법적으로 봤을 때 지역의사제의 위헌 소지 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의사입학전형이란 경로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제도로, 의사란 직업 선택을 원천 금지하는 게 아닌 일정 기간 근무지를 제한하는 직업 수행의 자유"라며 "의무복무 부담 감수의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의 합리적 선택에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가 과잉 제재라고 반발 중인 '의무복무 불이행 시 면허취소' 조항에 대해선 "면허취소는 지역의사제의 공공성을 확보를 위해선 필수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일한 제재가 학비 반환에 그친다면 면허 취득 후 고소득이 보장되는 인기과 전문의가 될 경우, 지원금을 일시 반환하고 의무 복무를 이탈할 요인이 매우 크다"며 "이 경우 지역의료 인력 확보란 법안의 목적이 완전히 몰각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진료권 범위와 인센티브(보상책) 강화 등을 포함해 향후 의료계와 구체화한 논의를 이어가겠단 입장이다. 이날 현장에 배석한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두 차례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고 세부 내용은 의료계와 합의해 만들어 갈 계획"이라며 "지역의사제 도입 시 대학생부터 교육하는 지역의료지원센터 지원의 필요성도 인식하고 있다. 지역의사가 제대로 정착하도록 인센티브 등을 포함해 여러 방면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